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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러는 사이 중국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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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중국 조크 하나. “진정한 AI경쟁은 미중이 아니다. 저장성과 광둥성, 베이징, 상하이 간 경쟁이다.” 중국 특유의 과도한 자신감이겠지만 조크로 넘기기엔 현실이 만만치 않다. 최근 공개된 중국 벤처기업 딥시크, 문샷의 AI(인공지능) 모델은 미국산 AI를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들인 짧은 개발 시간과 낮은 비용, 게다가 미국도 못 하는 오픈 소스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다니 ‘피크 차이나’에 젖어 있던 우리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엔 미국이 혁신하면, 중국이 모방하고 유럽은 규제한다고 했다. 저만치 앞서가던 미국 빅테크를 중국 스타트업이 따라잡는 지금, 중국이 시작하면 미국이 규제하고 유럽은 바라만 본다고 말할 만큼 상황은 변했다. 내쫓던 중국 과학자들을 이제 훔쳐 오자는 얘기가 미 상원 외교위에서 나올 정도다. 그러나 중국의 변모는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대 10위권에 중국 대학 7개가 포진하면서 미국 MIT를 11위로 밀어냈고, AI전공에선 10위권에 6개, 20위권에 12개가 중국 대학이다. 딥시크를 설립해 중국 영웅으로 떠오른 량원펑은 광둥성 출신으로 저장대를 나왔다.
중국 과학기술이 미국을 따라잡은 것은 양적인 차원에선 2016년, 질적인 측면에선 2022년 즈음을 기점으로 친다. 그 시작은 과학, 기술을 통해 패권을 잡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과학굴기였다. 막대한 예산, 기술자들에 대한 보상, 우대가 대대적으로 시행되면서 공대 졸업생은 매년 150만 명으로 치솟았다. AI분야에선 벤처가 4,700개가 넘고 지난 10년간 특허는 미국의 6배에 달했다. 여기에 젊은이들이 과거 치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애국주의로 무장하면서 믿기 힘든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닝콜’에 비유했지만, 딥시크의 ‘차이나 쇼크’는 중국 무시에 익숙한 우리가 더할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정부는 미중 강대국 정치에 지나치게 단순하게 접근한 측면이 있다. 총리는 중국 경제가 거의 꼬라박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발언했고, 부총리는 탈중국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안보 라인들은 반도체 수출통제로 중국은 끝났다면서, 미국 줄서기에 안도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선 중국의 일면만 봐선 안 된다며, 친중 비판을 무릅쓴 지식인들의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얼마 전 방중기에서, 자동차 수출 전용선을 무려 170척 발주한 사실과 함께, 중국인들이 트럼프를 제2건국을 돕는 촨젠궈(川建國)로 부른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중국 굴기를 위해 일한다고 비꼰 명칭이다.
딥시크로 들춰진 우리 실상은 한참 잘못되어 가고 있다. 2030년까지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에 투입하기로 한 돈은 두 달 새 4조 원에서 절반으로 줄었고, 인재육성 비용은 100억 원 수준에 그쳐 있다. 정도를 감안해도 2기 트럼프 정부가 4년간 700조 원대, 중국이 1,800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힌 것과 비교하면 격차 해소 취지는 무색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돈의 규모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만 탓해서 문제가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국가는 무능과 불신에 빠져 있는데, 사회 분위기마저 국가발전에 대한 열망,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다. 많은 이가 세계 경쟁무대를 피해 편안한 미래인 의대, 로스쿨에 매달리고, 아파트 아파트 하며 김치 프리미엄만 찾고 있다. 그렇다고 욜로에 대한 사회적 지지까지 과한 상태에서 젊은이들에게 애국주의를 요구할 수도 없다.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 중국은 강남 아파트 몇 채 값으로 딥시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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