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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약 차단’ 체면 서자 ‘관세 폭탄’ 일단 멈췄다... 불확실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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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겨냥한 ‘관세 시한폭탄’을 작동 직전에 일단 멈춰 세운 것은 자신의 마약·이주민 차단 요구를 두 나라가 수용해 체면을 세워 줬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세 전쟁’ 위험성이 사라졌다고 믿기는 어렵다. 상대가 누구이든 관세를 무기로 쓰겠노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누차 공표한 데다, 그가 본래 관세로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던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적자)은 하나도 바뀐 것 없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액면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보류’ 명분은 국경을 강화해 마약이나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캐나다·멕시코 정상의 단단한 약속과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었다.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25% 고관세 부과 시행 하루 전인 3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자국 정부 구상을 소개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캐나다 국경 강화에 13억 캐나다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투자하고 인력 1만 명을 배치하겠다고 제안했다. 1년에 미국인을 약 7만5,000명이나 죽여 트럼프 대통령 골치를 썩이게 하는 펜타닐(합성 마약) 문제 해결을 전담시킬 직책을 만들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군 병력 1만 명을 국경에 배치해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막는 임무만 부여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성의에 ‘관세 부과 30일간 유예’로 보상했다.
당초 지난 1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발효(4일)까지 며칠 말미를 준 것도 협상용 사전 포석이었을 수 있다.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캐나다·멕시코·중국 대상 관세 부과 구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마약과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날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 뒤 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도 ‘마약 전쟁’을 직접 언급했고,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미국 CNBC방송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100% 마약 전쟁을 무역 전쟁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코올 중독에 따른 심장마비로 요절한 친형이 자신을 마약 중독과의 싸움으로 이끌었다고 집권 1기 때 고백한 적도 있다.
물론 다른 추측도 가능하다. 마침 두 이웃나라가 보복 관세 등으로 반격을 채비 중이었고 관세 전쟁 현실화 땐 미국인의 피해도 불가피했던 터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적당한 출구 전략을 찾고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달성하려는 목표가 하나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 불균형 해소, 자국 내 제조업 부활을 ‘관세의 무기화’로 실현하겠다는 게 그의 오랜 포부였다. 더욱이 관세는 감세 공약 이행에 따른 세수 부족분의 충당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현실이 그대로인 이상 관세도 계속 등장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31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예고가 협상 용도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순전히 경제적인 것”이라며 “우리는 3개국 모두에 대해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답했다.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 후로 미루며 그 기간을 ‘경제 분야 등 두 나라와의 협상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데에도 관세를 지렛대 삼아 유리한 무역 협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심산이 깔려 있다고 볼 법하다.
당장 파국은 피했으나 상황은 아슬아슬하다. 고작 한 달 뒤 트럼프발 북미 통상 분쟁의 불씨가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다음 표적으로 지목했고, 세율(10%) 시나리오까지 보도된 만큼 오히려 확전 개연성이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단기간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몰라도 다른 나라와 세계를 곤경에 빠뜨리고 결국 자국 영향력까지 훼손하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강력한) 미국 경제를 무기처럼 휘두르고 여러 전선에서 경제 전쟁을 벌이며 1조 달러(약 1,462조 원)가 넘는 무역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경제 분야 권위자인 필립 벌리거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의 초점은 협력이 아니라 지배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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