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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방어권 보장' 안건 비판에 사직한 김종민 인권위원, 수정안에 또 포함

입력
2025.0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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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수리 전 이유, 본인 동의 없이 이름 올려
느슨한 인권위 발의 절차 지적… 국회 "법 개정"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던 2025년 제2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당일 취소된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 인권위원들을 규탄하는 인쇄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던 2025년 제2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당일 취소된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 인권위원들을 규탄하는 인쇄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탄핵심판과 내란 혐의 수사·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가인권위원회 안건에 이름을 올렸다가 거센 비판에 사직서를 낸 김종민 비상임위원(원명 스님)이 문제의 안건 수정안에 발의자로 또 포함됐다. 수정안에는 '12·3 불법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논리가 도리어 강화됐는데 기존 공동발의자들에게 새로 동의를 받는 절차가 생략됐기 때문이다. 인권위의 안건 발의 절차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6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수정안을 보면, 원안에 이름을 올렸던 5명 중 안건 철회서를 제출한 교수 출신 강정혜 비상임위원을 제외한 4명(김용원 상임위원 및 김종민 이한별 한석훈 비상임위원)이 공동발의자로 표기됐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는 건 김종민 위원이다. 김 위원은 원안 발의 참여가 알려진 뒤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에 지난달 16일 인권위에 사직서를 냈다. 사실상 안건 철회 의사를 내비친 셈인데 사직서 수리가 안 됐단 이유로 수정안에 이름이 그대로 올라갔다.

조계종 등 불교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원안과 수정안 작성을 주도한 김용원 위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일보에 "김종민 위원은 안건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사직서를 제출했고 아직 수리되지 않아 발의자로 남아 있다"며 "이름을 임의로 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종민 위원에게) 안건 철회 의사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권위 운영규칙과 훈령엔 발의할 때만 다른 위원 2명의 동의를 받아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제출할 수 있다는 요건이 있을 뿐 안건 수정안에 대해 원안에 동의했던 위원들의 추가 동의를 받는 절차는 따로 없다.

그러나 규정에 없더라도 안건을 수정할 때 원안 발의 당사자 의사를 재확인하는 건 상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비상임위원은 "발의는 공동으로 하지만, 내용이 바뀌었으면 수정 시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게 기본"이라며 "김종민 위원에게 확인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용원 위원이 손을 본 수정안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통치행위"라는 문구 등이 추가돼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계엄 선포가 합법이란 윤 대통령 측 궤변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이다. 또 수정안에는 "헌법재판소가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있는지 근본적 의문"이란 내용도 포함됐다. 김용원 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국민은 헌법재판소를 두들겨 부숴야 한다'는 상식 밖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본보는 전날부터 이틀간 김종민 위원에게 수차례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위 비상임위원 출신인 서미화 의원은 "동료 위원 동의 없이 수정안을 올렸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인권위 내 주먹구구식 안건 수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10일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허유정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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