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우크라 종전협상 트럼프 일방주의, 북미협상엔 용납 못해

입력
2025.02.15 00:10
19면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90분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침략 피해 당사국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이뤄진 결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다음으로 트럼프와 통화한 뒤 “독립 국가로서 우리가 배제된 어떤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외신들은 “바로 푸틴이 원했던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 종전안’은 사실상 러시아의 전쟁 승리 승인에 가깝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땅을 되찾을 가능성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무력으로 타국 영토를 점령·병합할 수 없다’는 유엔헌장은 물론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깨면서까지 러시아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침공 명분으로 삼았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은 영구 유예하고, 러시아 재침공을 막는 안전장치로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미군 파병은 거부했다. 이런 조건으론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긴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국가들도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모두 주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폭주를 막아 세우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군사·경제적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세를 막아낼 가능성이 희박한 탓이다. 우크라이나가 끝까지 반발할 경우 종전 협상은 미·러 정상 간 밀실 합의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다루는 트럼프 방식은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트럼프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당사국인 우리나라를 배제한 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들 수 있어서다. 북한의 ‘통미봉남’을 트럼프가 실현시켜주는 기막힌 상황이 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분석처럼 트럼프가 북핵 동결 수준의 ‘스몰딜’에 덜컥 합의라도 한다면 우리는 북핵을 머리에 지고 사는 처지가 된다. 국가의 존망,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우리 정부는 우리 측과의 우선 협의 없는 북미대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트럼프 정부에 못 박아야 한다.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