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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강제북송 선고유예...위법성 인정, 정치 의도는 배척

입력
2025.02.20 00:10
27면

정의용(가운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오른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징역형 선고유예 선고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의용(가운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오른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징역형 선고유예 선고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2019년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북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고위급 인사들에게 모조리 징역형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강제북송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상을 참작해 처벌은 면해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어제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일부 유죄 판결(징역 6~10월)을 내리면서도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 판단을 하되 그 선고를 유예해 실제 처벌은 받지 않도록 하는 처분이다. 이들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공무원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2023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강제북송 행위 자체는 유죄로 인정됐다.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신중한 법적 검토 없이 나포 시점으로부터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실제 북송을 한 행위가 “저지른 죄만큼의 책임을 지게 한다는 형사법 목적과 절차를 무용하게 만들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정치적 의도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북 분단 이후 형성됐던 대결 의식에서 구축돼 유사 사안에 적용할 법률 지침이 미비한데도 제도 개선은 없이 그 일을 담당한 사람만 처벌하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다”고 선고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더 주목해 봐야 할 건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쓴소리다. 재판부는 “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각하 결정을 한 사건에 대해 정권이 바뀌자 수사하고 기소한 것이 검사의 객관의무를 준수한 것인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을 둘러싼 아전인수격 해석은 곤란하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을 전광석화처럼 북송한 문재인 정부도, 정권이 바뀌자 3년 만에 북송 사진을 공개하며 종북몰이를 한 윤석열 정부와 검찰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 재판부도 이런 어정쩡한 판결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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