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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중과 혐한

입력
2025.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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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원작자인 이낙준이 14일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모두 한국전쟁 참전용사"라며 화교설을 부인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 화교 여부를 묻는 댓글들이 달리자, 어쩔 수 없이 해명에 나선 것이다. 최근 광범위한 혐중 정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과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대에 화교 특별전형이 있다' '화교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등 화교가 한국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 혐중 정서 확산은 탄핵 정국에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력이 돼주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증거 제시 없이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을 주장했고, 김민전 유상범 의원은 "중국인이 탄핵 찬성 집회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극우 세력들은 '종북·반국가세력 척결'을 주장한 윤 대통령이 탄핵당한 분풀이를 중국뿐 아니라 화교를 겨냥해 쏟아내고 있다.

□ 화교의 한국 정착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이 조선에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엔 경제적 영향력을 키웠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쇠락했다. 해방 이후 한국에 남은 화교들은 산둥성 출신이 다수임에도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이념 대립 속에 중화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해 갔다. 아직까지 대만을 조국으로 여기는 화교가 다수인 이유다. '반공' '멸공'을 외치는 극우 세력이 화교를 공격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인 셈이다.

□ 한국 극우의 혐중은 일본 극우인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가 혐한을 부추기는 논리와 유사하다. 재특회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등 재일 한국인이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세력을 확장해 갔다. 혐한 서적들이 일본 대형 서점가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재특회 초대 회장인 사쿠라이 마코토는 일본제일당을 만들어 제도권 진입까지 모색하고 있다. 혐중 조장을 방치한다면, 한국에서 극우 정당의 제도권 진입이 결코 먼 얘기가 아닐 수 있다.

김회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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