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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이전 미국의 나치식 경례

입력
2025.02.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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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1939 나치 랠리- 2

1941년 미국 청소년들이 충성 서약을 하며 국기를 향해 '벨라미 경례'를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1941년 미국 청소년들이 충성 서약을 하며 국기를 향해 '벨라미 경례'를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로마식 경례'는, 미국 조지메이슨대 고전학 교수 마틴 윙클러에 따르면 현대의 발명품이다. 그는 고대 로마에서 경례가 행해졌다는 증거는 현존 예술품과 회화 등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어느 문헌에도 구체적인 동작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세기 초 무성영화시대에 고대 로마와 그리스 이집트 등을 배경으로 한 영화 제작자 등이 시각적 효과를 부각하기 위해 저 제스처를 창조했고, 그걸 파시스트들이 채택한 것이라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의 행위 즉 오른손을 가슴에 댔다가 팔을 위쪽 대각선 방향으로 뻗는 동작과 유사한 로마식-나치식 인사는 마치 칼을 뽑아 적의 목을 베는 듯한 호전적 절도로 파시즘의 미학적 구미에 부응할 만했다.

미국 정부의 유대인-이스라엘과의 유대를 감안할 때 머스크의 저 동작을 나치와 직결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하기 직전인 1939년 2월 20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독일의 나치즘 부상을 축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독일미국연방’이 주최한 그 행사 참석자 2만 여 명은 스와스티카 깃발과 성조기 사이에 드리워진 초대형 조지 워싱턴 초상화를 향해 나치식 경례를 했다. 반유대주의 단체들이 나치 여름캠프를 열고, 친위대 장교 복장의 경비원들이 행사를 감독하던 시절이었다.

앞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상륙 400주년을 기념하는 시카고 박람회(1893년)를 한 해 앞둔 1892년, 뉴욕 침례교 목사의 아들 프랜시스 벨라미가 미국 청소년들에게 홍보한 국기에 대한 경례도 있었다. '벨라미 경례(bellamy salute)'라 불리는 나치식 경례는 미국 각급 학교 청소년뿐 아니라 이민자 자녀들에게 의무화됐다. 미국은 2차대전에 참전한 직후인 1942년에야 저 의무를 폐지했다. 어쨌건 끔찍하고 딱한 일이지만, 머스크는 벨라미 경례를 흉내내려 했을지 모른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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