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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배달 시작, 울트라콜 종료…배민은 왜 세종시를 출발지로 삼나

입력
2025.02.20 1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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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배달·울트라콜 종료, 최대 변화
인구 39만 세종, 다른 곳보다 앞서 시행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기준점 역할"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2024년 4월 시작한 무료배달, 올해 4월 예고한 울트라콜 종료는 회사가 생긴 후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 배민 서비스의 두 축인 소비자와 식당 점주가 각각 음식을 시키고 가게를 알리는 형태가 달라져서다.

배민은 소비자, 식당 점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무료배달 시작과 울트라콜 종료를 전국적으로 한 번에 도입하는 대신 일부 지역부터 천천히 실시했다. 두 사안 모두 소비자, 점주가 대도시보다 크게 적은 인구 39만 명의 작은 도시 세종시에서 시동을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배민은 2024년 3월 말 쿠팡이츠가 먼저 실시한 무료배달을 4월 1일 수도권부터 적용하면서 첫발을 뗐다. 배민 무료배달은 이어 4월 19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와 세종시로 넓어졌다. 전국 확대는 같은 해 12월로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무료배달 전국 적용을 서둘러 했던 쿠팡이츠, 요기요보단 다소 느린 속도였다.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 요기요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료 배달에 더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울트라콜 종료는 4월 1일부터 세종시, 서울 강남구·서초구, 대구 달서구, 경북 구미시부터 진행한다. 울트라콜은 배민 주문의 뼈대와 같았다. 배민이 2015년 개시한 울트라콜은 점주가 월 요금 8만8,000원을 내고 원하는 곳에 깃발 한 개를 꽂으면 반경 1.5~3㎞ 내 고객에게 식당 정보가 뜨는 서비스다. 깃발은 과거 식당 홍보 수단이었던 전단지를 대체했다.


지역색 옅고 소비력 커, 시험대로 적절


1월 2일부터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이끌고 있는 김범석 대표.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울트라콜 종료를 결정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1월 2일부터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이끌고 있는 김범석 대표.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울트라콜 종료를 결정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다달이 일정 금액을 내게 하는 정액제 형태인 울트라콜이 사라지면 식당은 음식값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정률제로만 배민에서 음식을 판매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정률제를 운영한 쿠팡이츠, 요기요와 같은 체계를 갖추는 셈이다. 소비자는 깃발을 많이 꽂은 식당이 여러 번 뜨는 중복 노출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배민은 기존 식당 점주가 이용하던 제도를 폐지하는 만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근차근 확대할 계획이다.

무료배달 시작, 울트라콜 종료 모두 초기 적용 지역을 보면 세종시가 들어 있다. 물론 울트라콜 종료 지역에 서울, 대구 같은 대도시가 포함돼 있긴 하다. 하지만 서울, 대구 전 지역에서 출발했던 무료 배달과 다르게 구 단위로 좁혔다.

배민이 제도를 새로 추진하거나 폐지할 때 세종시를 넣은 건 시험대로서 알맞아서다. 업계에서 세종시는 전국 평균 도시로 통한다. 지역적인 특색이 옅어 특정 음식에 주문이 몰리지 않는 편이다. 소비자·점주가 배달앱에 가지는 호감이나 불만도 편향적이지 않다고 본다. 울트라콜 종료를 예로 들면 배민은 세종시에서 식당 점주가 어느 강도로 저항하느냐에 따라 전국 확대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세종시는 인구가 적긴 하나 소비력이 커 정책 전면 확대·폐지 결정에 앞서 필요한 주문 정보를 쌓기 적절한 면도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종시 가구소득은 9,617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공무원 도시로 맞벌이가 많은 영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종시는 서비스를 내놓거나 없앨 때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수치를 기대할 수 있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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