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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저격’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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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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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키 17' 속 독재자 케네스 마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적지 않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미키 17' 속 독재자 케네스 마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적지 않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지난 12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논쟁적 요소가 적지 않다. 미국 새 대통령이 연설 중 저격을 당하나 간신히 총탄을 피한다. 이 장면이 담긴 예고편이 지난해 7월 공개되고 얼마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공화당 후보가 선거 유세 중 암살 위기를 모면했다. 예고편에서 해당 장면은 곧 삭제됐으나 음모론을 불지필 만했다. 더군다나 영화 속 대통령은 자신의 성과를 위해 우방국과의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 28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할 영화다. 우주 식민지 개척에 나선 우주선의 독재자 케네스 마셜(마크 러팔로)은 트럼프를 모델로 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과장된 몸짓과 말투로 TV쇼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는 모습이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 백인 우월주의에다 인간보다 자본을 앞세우는 사고 역시 트럼프와 닮은 꼴이다. 마셜은 코믹한 캐릭터라 최근 미국을 다시 통치하기 시작한 그에 대한 풍자로 읽히기도 한다.

□ 봉 감독과 트럼프는 악연이 있다. 봉 감독이 2020년 ‘기생충’(2019)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자 트럼프가 “옳지 않다”며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봉 감독이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자기방식으로 앙갚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만하다. 봉 감독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대담회에서 “그렇게 쩨쩨하지 않다”며 트럼프를 의도적으로 ‘저격’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 ‘미키 17’이 한국에서 개봉하면 트럼프 대신 오히려 한국 정치 현실을 투영해 해석하려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마셜이 취하는 비상조치, 이에 대한 찬반 격론 등은 지금 이곳의 혼란 상황을 빼 닮았다. 사실 ‘미키 17’은 나라별로 각기 자신들 상황을 대입할 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마셜을 팔레스타인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 우크라이나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볼 수 있다. 뭐든 정치적 해석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혼돈의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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