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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시아서 집세 받는 집주인 행세" 싱가포르 장관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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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러라고=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을 바라보는 아시아의 시각이 ‘도덕적 정당성을 갖춘 강대국’에서 ‘집세를 요구하는 집주인’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손을 떼고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추구하면서 아시아 국가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19일 인디펜던트싱가포르 등에 따르면 응엥헨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은 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국제 정세) 가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0여 년 전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강조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 이후 미국은 식민 지배 같은 폭정을 더 강력한 다른 폭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로 인식됐다”며 “그러나 이제 아시아에서 (미국) 이미지는 ‘해방자’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자’ ‘임대료를 요구하는 집주인’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응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에서 유럽을 배제하고 조만간 러시아와 양자 회담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이날 뮌헨 안보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침략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하고 외교·국방 분야에서도 협력 대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면서 아시아 국가가 타격을 입게 된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무역과 안보는 동전의 양면인 만큼, 무역 의존도가 변화하면서 안보 동맹도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등 동맹·파트너 국가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응엥헨(맨 왼쪽)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19년 3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방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영향력이 줄어든 틈을 중국이 파고들 경우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입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응 장관은 “중국은 세계 태양광 제조 능력의 80%를 차지하고 전 세계 전기차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며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 이분법이 세계 무역과 안보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 장관은 ‘글로벌 공공재’를 보호할 리더 국가가 사라진 까닭에 기후 변화와 공중 보건 같은 지구촌 공통 과제 해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 등 주요 국제기구 탈퇴를 지시했다.
응 장관은 “미국이 글로벌 공공재를 보호하는 역할에서 물러난다면 어떤 국가나 지역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으며, 어떤 저항에 직면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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