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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AI 규범 패권까지 잡으려는 중국... 트럼프 빗장이 시진핑 돕나

입력
2025.02.24 1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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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업화 관리 체계·기준 갖추고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에 적극적
美 자국 보호 빗장에 오히려 기회
개도국들, 中 AI 모델과 밀착할 듯

편집자주

딥시크는 중국 인공지능(AI) 굴기의 신호탄일 뿐입니다. 중국이 과감한 투자와 인재 확보로 다져진 AI 기술을 세계 무대에 본격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깊고 넓게’ 뻗어가는 중국 AI 기술의 진면목을 뜯어봤습니다.

장궈칭 중국 부총리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AP

장궈칭 중국 부총리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AP

“중국은 인공지능(AI) 분야 성과를 공유하고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적극 협력할 의향이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에 시진핑 국가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장궈칭 중국 부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AI 발전에 따른 규제 필요성과 공익적 활용을 논의한 이번 회의 내내 중국은 ‘책임 있는 AI 발전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글로벌 AI 선도국인 미국의 폐쇄적인 태도와 사뭇 다르다. 미국은 이번 회의 마지막 날 채택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AI에 관한 선언문'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AI 발전을 막는 과도한 규제에 반대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나,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견제하려는 의도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부터 ‘AI 발전 로드맵’을 추진해 기술 발전을 이어온 중국은 최근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AI 관련 국제 규범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를 선점해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지역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은 AI 솔루션을 실제로 사업화한 경험이 많다 보니 자체 관리 체계와 기준이 잘 갖춰져 있다”며 “최근에는 국제 리더십 강화를 위해 자체 기준을 국제 표준화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계획은 지난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과 함께 발표한 ‘국가 AI 산업 종합 표준화 시스템 건설 지침’을 통해 드러난다. 중국은 내년까지 생성형 AI부터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등 최소 50개의 AI 분야 국가표준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특히 최소 20개의 국제 AI 표준 제정에도 참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미 중국 정부의 노력은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중국이 발의한 AI 결의안이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국제사회가 비(非)군사적 영역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평등한 AI 기술 사용 권리를 보장하고, 포용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대학 중심의 ‘AI 안전 네트워크’를 통해 민간 협력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최근 각국이 딥시크의 개인정보 탈취 의혹을 제기한 걸 감안하면 중국 AI 규제가 신뢰를 얻기까지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빗장을 닫는 상황이 오히려 중국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개발도상국 등 AI 기술 추격국에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AI 통제 정책이 강해질수록 개도국들은 더욱더 딥시크와 중국 AI 모델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발 늦은 우리나라로서는 AI 선도국과의 거버넌스 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신흥 시장에서의 영향력 역시 넓혀야 하는 두 가지 과제가 남는다. 하지만 국제사회 발언권을 강화하기에는 아직 AI 안전 및 기술 기준이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AI 법제 전문가는 “정부는 유럽연합(EU)에 이어 빠르게 AI 기본법을 제정한 것을 강조하지만, 고영향 AI 기준 등 핵심 내용이 미정인 상황에서 차별성을 내세우긴 이르다”며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 측면에서 중국과 차별화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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