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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비용 제조업, 딥시크 만나 날개 단다... AI 굴기 다음 단계는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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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는 중국 인공지능(AI) 굴기의 신호탄일 뿐입니다. 중국이 과감한 투자와 인재 확보로 다져진 AI 기술을 세계 무대에 본격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깊고 넓게’ 뻗어가는 중국 AI 기술의 진면목을 뜯어봤습니다.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모터쇼 행사장에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로고가 걸려 있다. AFP 연합뉴스
“앞으로 출시하는 대부분의 전기차에 딥시크와 협업해 만든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 눈’을 탑재하겠다. 이 자율주행차의 가격은 단돈 6만9,800위안(약 1,380만 원)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중국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은 지난 10일 선전 본사에서 열린 전략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고성능 추론형 모델 ‘딥시크-R1’을 공개해 세계를 뒤흔든 지 약 2주 만이다. BYD 외에도 완성차 업체 10개, 차이나모바일을 비롯한 중국 3대 통신 사업자, 화웨이, 위챗 등 중국 기업 약 200곳이 딥시크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사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무서운 속도로 산업계 전반에 발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딥시크 역시 2023년 말 창업 후 처음으로 외부 투자 유치를 검토하며 몸집을 키우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결정을 단순히 딥시크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고성능 AI 모델과 산업 융합은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AI 굴기 정책에 따른 수순이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은 원천기술 집중 투자로 딥시크와 같은 AI 기업의 춘추전국시대를 열었지만, 아직은 ‘우수한 추격자’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딥시크를 계기로 중국의 AI 융합 산업 도약 계획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기술 선진국들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생성형 AI 스타트업으로는 ‘6마리 작은 호랑이’라 불리는 즈푸, 미니맥스, 문샷 등이 있다. 딥시크는 비교적 최근에 부상한 기업으로, 칭화대 연구진이 2022년 설립한 모델베스트와 함께 ‘플러스(+) 2’로 불린다. 최근 2, 3년 사이 창업한 이 기업의 AI 모델들은 대기업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작은 호랑이’의 수가 늘고 있는 건 중국의 AI 생태계가 성숙했다는 증거다. 지난해 9월 중국 상무부는 2023년 말까지 집계된 자국 내 AI 기업 수가 4,500개가 넘고, AI 핵심 산업 규모는 6,000억 위안(약 118조7,82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등록된 생성형 AI 제품도 309개였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17년 수립한 ‘AI 3단계 발전 로드맵’의 결과다. 2020년까지 추진된 1단계 에서 중국은 △AI 기초이론 안정화 △핵심 인력 양성을 목표로 대학 AI 교육을 정비하고 창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는 논문과 특허 성과로 이어졌다.
딥러닝 분야 주요 국가 시기별 논문 점유율 순위. 그래픽=이지원 기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딥러닝 분야 10대 주요 국가의 논문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2010~15년 2위였던 중국은 2016~22년 4만284건을 발표하며 미국(2만2,802건)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자연어 처리나 얼굴·음성 인식 같은 기술에서도 중국은 막대한 양의 연구를 쏟아내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6위(2010~15년)에서 4위(2016~22년)로 순위가 오르긴 했지만, 점유율은 미국이나 중국에 한참 못 미쳤다. 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2014~23년 세계 생성형 AI 특허 출원 5만4,000여 건 중 약 70%인 3만8,210건이 중국에서 출원됐다. 미국(6,276건)의 약 6배 규모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AI 인재 구성은 탄탄해졌다. 특히 미국 싱크탱크인 폴슨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중국 대학에서 AI 학위를 딴 인재의 약 90%가 중국에 남았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지역통상학과 조교수는 “생태계가 탄탄하니 정상급 AI 인재는 물론, 다양한 층의 엔지니어들이 자국 기업에서 실무 역량을 쌓고 이게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성숙한 AI 생태계에서 얻는 실전 경험이 이들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14~23년 생성형 AI 특허 보유 상위 10개 기관. 그래픽=이지원 기자
물론 생성형 AI 기술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지 않았다면 빠른 발전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은 “중국은 오픈소스 덕분에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추격할 수 있었지만, 반도체 등 보안이 철저한 분야에서는 혁신이 더디다”라며 “중국의 큰 내수시장도 성공 요인이나, 세계 무대로 나오면 이미 기존 서비스의 점유율이 높은 데다 안보 이슈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중국 유니트리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생성형 AI가 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과 만날 경우 세계 무대를 노릴 수 있을 거라고 경고한다. 중국이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산업과 AI를 융합하려는 이유다. 중국은 이미 △산업 고도화 △일부 응용 분야 선도를 목표로 로드맵 2단계(2021~25년)를 추진해왔다. 이는 선전(교통·금융), 청두(정밀의료), 난징(철강) 등 11개의 ‘국가급 인공지능 혁신 응용 선도구’ 건설로 이어졌다. 이 중 우한시는 4,000㎞가 넘는 자율주행 테스트 도로를 개방하고 바이두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범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실증을 지원 중이다.
중국의 AI 융합 산업화가 무르익기 전인 지금이 한국으로선 추격의 기회다. 단 국가별 순위 경쟁만 하기보단 시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연 센터장은 “우리도 기존에 생성형 AI를 연구해온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오픈소스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혁신을 할 수 있다”며 “제조업 기반도 좋기 때문에 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주석 연세대 AI반도체학부 교수는 “현재 정책 흐름은 AI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 같은데, 독자 모델을 개발할 때부터 이를 어떤 수단으로 써야 할지 응용할 방향을 정하고 집중해야 산업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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