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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尹·李에 매달릴 건가

입력
2025.02.20 18:00
수정
2025.02.20 18: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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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기 상황 아랑곳 않는 탄핵공방
곧 다가올 대선, 尹·李 지우고 새 판을
비호감도 낮은 인물들로 눈길 돌려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지난겨울 초입 계엄으로 뒤집어진 나라가 혹한을 다 겪고 강물이 풀리는 우수를 넘기도록 이 지경이다. 진영 간 내전이 모든 동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트럼프 시대의 격동하는 대외환경 변화에도, 암울한 최저성장 전망에도 나라 전체가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 국가의 미래보다, 국민 일상의 삶보다 한낱 정치게임이 더 중요한가.

어떠한 국가변란이라도 빠르게 극복하면 될 일이었다. IMF위기, 리먼사태를 포함해 우린 늘 잘해냈으므로. 더욱이 이번 변란은 자질 미달의 대통령 하나가 초래한 돌출적 일탈인 데다 전후 사정이 너무도 분명해 신속한 정리와 회복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정치문화를 바꾸는 발전적 계기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강력한 회복탄력 DNA가 사라졌다. 극복은커녕 계엄 당일의 시비에 갇혀 옴짝 못하는 게 지금 꼴이다.

시간도 3년 전 대선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탄핵 반대자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윤석열 대통령 복귀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이냐다. 차악의 선택에 곤욕을 치렀던 그때는 그래도 둘 다 마음 한구석 혹시나 하는 가능태였다. 지금은 아니다. 지난 3년 행적을 통해 둘의 비호감은 그대로 현실태로 확인됐다. 그런데 다시 같은 선택이라니.

이게 얼마나 끔찍한 가정인지는 윤 복귀를 상정해 보면 안다. 그는 사지(死地)에서 벼르고 벼른 분노와 복수심으로 나라를 불태울 것이다. 가장 두려운 건 대통령의 자의적 비상대권 발동까지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전과는 비교불가일 국민적 저항과 야당 반발 속에서 계엄의 공포는 상시화할 것이다. 제왕의 통치를 받는 질식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뜻이다. 극한의 대립, 혼란 속에서 나라는 부러운 선진국에서 비웃음 받는 3류 국가로 쇠락의 길을 치달을 것이다. 소설 같은가. 윤의 성정으로 보아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양상도 윤 복귀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음 달 중 선거법 2심 결과와 상관없이 그는 출마를 강행할 것이고, 당선 이후 상황은 불문가지다. 잠재적 범죄자의 굴레를 벗지 못한 그는 임기 첫날부터 내내 격렬한 정통성 시비에 휩싸일 것이다. 윤과 같은 독선형 정치인인 그는 당내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보여줬듯 독한 배제와 억압으로 대응할 것이다. 지금이야 급한 나머지 유연성으로 포장하지만 그는 애당초 포용형 인물이 아니다.

파국적 정치의 확대재생산이 뻔한 데도 많은 이들이 대안을 찾으려들지 않는다. 새 정치라는 게 달리 기발한 게 아니다. 이전의 불합리 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이 새 정치이자 시대정신이다. 윤, 이는 차제에 청산해야 할 과거형 정치인이다.

착각 말기 바란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 선포만으로도 윤은 복귀할 수 없다. 비상대권도 자의적 발동에는 제약을 둔 게 헌법이다. 내란죄 여부엔 일부 이론이 있으나 계엄의 위헌성에 관해선 대다수 법학자들이 이론을 달지 않는다. 지금 헌재에서의 내란정황 공방은 결정적 요소도 아니다. 호수 위 달그림자를 보고 있는 건 윤석열 자신이다. 이재명의 경우는 혹여 법망을 용케 피한다 해도 파국이 분명하게 보이는 출마는 도의적으로 옳지 않을뿐더러 정치지도자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버리는 행위다.

그러니 다들 윤·이를 빼고 차기를 생각해보라. 첨언하자면 최소한 비호감도 높은 정치인은 새 정치에 맞지 않는다. 적극적 지지도 높은 이보다는 비호감도 낮은 이가 백번 낫다는 게 지난 3년의 실증적 결론이다. 국민도 언론도 이젠 시선을 돌리기 바란다. 도대체 윤·이가 무슨 대수인가. 이 국가위기가 어쨌든 그 둘 탓인데도.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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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한국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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