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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아닌 농촌을 이해할 때 정착도 쉬워집니다"

입력
2025.02.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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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마을공동체 관계자들 한목소리
"귀농의 시작은 농촌 제대로 알기"

편집자주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김영희 경기 가평군 설악면 초롱이둥지마을 사무국장. 마을 제공

김영희 경기 가평군 설악면 초롱이둥지마을 사무국장. 마을 제공

경기 가평군에서 마을공동체 등을 꾸려 인구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김영희 초롱이둥지마을 사무국장과 정진희 어비계곡마을 기획이사, 채성수 사회적협동조합 공감21 대표는 "무엇보다 현지 주민과 어울리는 게 정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이달 15일 설악면 묵안1·2리의 초롱이둥지마을에서 만난 김 국장은 2016년 처음 마을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님이 '외지인이유? 여기 다니는 차는 모두 주민들이니 무조건 인사만 잘하면 됩니다'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정말 차나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고 말했다.

그의 깍듯한 태도는 '초롱이 도농복합센터' 때문에 갈라선 두 마을의 연결고리가 됐다. 김 국장은 묵안1리와 2리 주민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두 마을 주민들은 어느새 김 국장을 '인사 잘하는 외지인'으로 인지한 것이다.

김 국장은 이런 인지도를 바탕으로 묵안1리와 2리를 부지런히 오가며 갈등의 골이 시작된 초롱이 센터에 주민들을 모이게 했다. 그는 "마을이 하나가 돼 주민들이 화합하는 모습이 외지인들에게도 좋게 보였다"며 "마을과 주민들의 생활을 이해하면 농촌 정착이 쉬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진희 경기 가평군 설악면 어비계곡마을 기획이사. 마을 제공

정진희 경기 가평군 설악면 어비계곡마을 기획이사. 마을 제공

정 이사는 "인구 유입만이 능사가 아니라 유출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며 "마을이 지속 가능하려면 사람과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워케이션(쉬면서 일하는 공간)과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변화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는 만큼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마을과 마을을 연계한 '이웃사촌'도 그의 작품이다.

정 이사는 "어르신 돌봄 프로그램을 통해 65세가 75세 어르신을 돌보고, 70세가 80세를 돌보는 사업도 추진 중"이라며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인구가 감소해야 하는데 우리 마을은 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이는 곧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사회적협동조합 공감21 채성수 대표. 공감21 제공

경기 가평군 청평면 사회적협동조합 공감21 채성수 대표. 공감21 제공

청평면에서 '귀촌귀농학교'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공감21 채성수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인구 소멸 속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정부와 지자체는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정년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들이 온다고 소멸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이어 "가평의 산업구조는 소비와 생산 등이 모두 불균형"이라며 "경제 인구가 없으면 노동력과 자본력을 상실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대표는 연어처럼 가평에서 태어난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오고 싶어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농촌에서 할 게 없고, 농촌 창업 등을 도와줄 길라잡이도 없으니 올 이유와 명분이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인구 유입을 위해 농산물 직접 생산에 국한할 게 아니라 물류와 중개 등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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