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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휴전 제안" 유럽, 자체 종전안 추진하지만… "결국 트럼프 참여 확보가 목적"

입력
2025.03.03 19:30
수정
2025.03.03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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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 등 모여 "적극적 역할" 촉구
'의지의 연합' 창설… 파병 논의 불구
"백악관과의 관계 개선 외 대안 없다"

유럽 18개국과 캐나다 정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부 인사들이 2일 영국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한 유럽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하는 정상회의를 끝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유럽 18개국과 캐나다 정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부 인사들이 2일 영국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한 유럽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하는 정상회의를 끝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자체 휴전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충격적인 파행으로 끝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親)러시아 행보 가속화 우려가 더욱 커지자, '유럽의 입장'을 담은 휴전 구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 달간 임시 휴전을 갖고 러시아의 진정성을 검증하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미국의 전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필수적이다. 유럽 내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의 '주도적 역할'을 주창하는 목소리는 물론 안보 자강론이 힘을 받고 있긴 하더라도, '트럼프의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부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 런던 랭커스터하우스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부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 런던 랭커스터하우스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8개국 및 캐나다의 정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휘부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영국은 대(對)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보따리를 잔뜩 풀었다. 방공 미사일 5,000기 구매 규모의 수출 금융 16억 파운드(약 2조9,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했고, 프랑스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후 평화 보장을 위한 '의지의 연합'을 이끌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의지의 연합'은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동맹국 연합에 붙였던 이름이다. '전후 우크라이나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방안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구체적인 휴전 구상도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공중과 해상,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달간 지속되는 초기 휴전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 협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마크롱의 구상이다.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우크라이나·미국 간 '광물협정'(희토류-안보 교환 거래) 발효 등은 휴전 기간 종료 후 이뤄진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날 회의의 핵심 결론은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유럽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유럽이) 앞장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새 계획을 중심으로 단결할 때"라고 강조했다.

물밑에선 '트럼프 눈치' 보는 유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그러나 물밑에선 트럼프의 '눈치'를 보는 모습도 감지됐다. FT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 파행 이튿날인 지난 1일 밤,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이틀 뒤 런던에서 열릴 회담이 미국과 대립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 주도 평화'를 강조한다 해도, 실제로는 미국의 지원에 의존해야만 하는 현실을 스타머도 인정하고 '트럼프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회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 정상들은 젤렌스키에게 '트럼프와 광물 협정을 다시 추진하라'고 설득했다. 트럼프와 비교적 가까운 정상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미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촉구도 이어졌다. 영국·프랑스 이외엔 '의지의 연합' 참여국이 명확하지 않았고, 각국 방위비 증액을 두고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나라들마저 있었다. '유럽의 분열'은 그대로였다.

결국 유럽의 향후 행보를 좌우할 관건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여부다. FT는 "우크라이나를 (전쟁에서) 구하겠다는 유럽의 임무는 '트럼프의 (지원) 참여 유지'로 귀결된다"며 "백악관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곽주현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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