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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원 중단’ 카드 꺼내나… 트럼프, ‘종전 멀었다’는 젤렌스키에 “최악 발언”

입력
2025.03.04 05:48
수정
2025.03.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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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미국 더 이상 참지 않을 것”
안보보좌관도 “美인내심 무한 아냐”
“무슨 일 생기는지 보자” 여지 남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의 대미국 투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의 대미국 투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러시아 전쟁의 종식은 멀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발언을 “지금껏 그가 한 말 중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카드로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을 꺼내 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가 대러 전쟁 종전이 ‘아주 아주 멀었다’고 말했다” 제하 AP통신 기사를 공유하며 “이것은 젤렌스키가 한 발언 중 최악”이라고 적었다. 이어 “미국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후 자국 안보 보장을 요구하는 젤렌스키에게 전쟁 장기화 책임을 묻는 것은 백악관 전략이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상대로 자신의 평화 협정 구상을 수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전쟁 발발 뒤 약 3년간 미국이 제공한 군사·재정 지원을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매장된 희토류 등 광물로 갚기를 그는 바란다. 목표 수익률은 4배가량(약 1,200억 달러 지원, 5,000억 달러 환수)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와 양국 간 광물 협정에 서명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문제로 대립했고, 협정 서명도 무산됐다. 트럼프는 “평화 협정을 논의할 준비가 되면 다시 오라”며 비공개 회담을 취소하고 젤렌스키를 쫓아냈다.

이후 젤렌스키는 전날 영국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가 회의 전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 협상은 “아직 매우 멀리 있다”고 말했다는 게 AP 보도였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공개 설전을 벌였고 회담도 파행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공개 설전을 벌였고 회담도 파행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백악관의 협상 지렛대는 군사 지원 철회다. 트럼프는 SNS 글에서 “내가 말한 대로 이 사람(this guy)은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평화(협정)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트럼프가 (광물 협정 불발 뒤)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후속 대응책 논의를 위해 월요일(3일) 오후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며 “이 회의에서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방안이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세는 파상적이다. 이날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보수 성향 미국 폭스뉴스에 나와 “젤렌스키는 평화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미국 국민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고 우리의 무기와 탄약도 무제한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왈츠 보좌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젤렌스키의 퇴진을 바라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평화조성자(peace maker)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여지는 남긴 상태다. 트럼프는 이날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의 대미(對美) 반도체 투자 발표 계기 백악관 회견에서 ‘양국 간 광물 협정이 끝장났느냐(dead)’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지금으로선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는 뜻”이라며 “많은 일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답변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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