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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 교체' 압박 현실성 있나… "우크라 대선, 당분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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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합의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오래 남아 있지 못할 것이다."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자신과 설전을 벌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한 '자진 사임' 압박이었다. 미국의 종전 구상을 따르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압력도 가하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당장 대선을 치르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은 탓에, 트럼프의 으름장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파행 뒤 백악관을 빠져나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젤렌스키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분석해 보도했다.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포기하고, 미국의 종전 후 안보 보장도 기대하지 말라'는 트럼프의 압박이 당장 젤렌스키에게 먹혀 들기는 힘들다는 얘기였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전략은 '젤렌스키 집권 유지의 민주적 정당성 흔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젤렌스키의 공식 임기는 지난해 5월 종료됐다는 사실을 들어 미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선포한 계엄령에만 근거해 대선을 치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자리 보전을 위해 휴전을 거부한다"는 게 트럼프 정권의 기본적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3일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르샤바=AFP 연합뉴스
하지만 '젤렌스키의 선거 거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공격으로 상당수 영토가 초토화한 탓에 전국 투표소 중 최소 25%가 정상적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또 러시아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선거권 행사도 제한될 수밖에 없고, 해외 피란민 700만 명과 우크라이나 군인 100만 명을 위한 부재자 투표 실시 방안도 뾰족한 수가 없다. 세르히 두보이크 우크라이나 선거관리위원회 부국장은 "선거 준비에만 6개월 넘게 걸릴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전쟁 중 선거가 우크라이나군 전열을 흐트러뜨릴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대선을 치르려면 계엄령이 해제돼야 하는데,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 경제·국민에 대한 정부의 '전시 동원' 근거가 사라진다. 국경도 다시 개방되는 만큼 징집 연령대 남성들이 추가 동원을 피해 해외로 이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독일외교정책협회(DGAP)는 설명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쫓기듯 대선을 실시하는 상황 자체가 우크라이나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선거 개혁 활동가인 올하 아이우조우스카는 CNN에 "선거는 국가의 명예와 정통성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이주 및 언론의 자유를 확보한 뒤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는 선거를 치르려 한다"고 밝혔다. CNN은 이러한 요인들을 들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뀌면 적어도 6개월 동안 정치적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고, 국제 기준에 맞는 선거를 위해선 전쟁의 영구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현지 관리 및 분석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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