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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전쟁 최대 피해자는 ‘트럼프 지지층’... 높아지는 공포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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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 전쟁이 결국 본인의 전통 지지층인 농민과 노동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물가 상승과 고용 감소 우려로 주식 시장은 이틀 연속 하락장을 기록했고, '공포 지수'라 불리는 변동성 지수도 올해 들어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미국 경제에 일찌감치 경고등이 켜졌지만, 오히려 트럼프는 관세 부과에 반발하는 중국·캐나다·멕시코에 관세율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며 확전도 불사하려는 태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중국이 대(對)미국 보복 관세 대상 품목으로 닭고기와 밀,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을 지정한 이유에 대해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지만, 정치적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전통 지지 기반인 농촌에 직접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트럼프 첫 임기 시절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농산물 수출은 약 260억 달러(약 38조 원) 감소했다. NYT는 "대다수 농촌 지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을 동결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보복 관세로 (농산물 수출길이 막혀) 내수 가격이 하락하면 더 큰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접 타격도 예상된다. 미국 내 최대 농부 조직인 미국농업인연맹(AFBF)에 따르면 비료의 주요 성분인 칼륨은 85%가 캐나다에서 수입되고 있다. 농기계 부품도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관세가 많이 붙으면 그만큼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경작 비용도 급증할 수밖에 없어 농촌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핀치 하이드로 회랑에 깔린 송전탑. 토론토=로이터 연합뉴스
노동자들도 영향권에 놓여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산 천연가스 등 에너지에 관세가 부과되면 뉴잉글랜드 지역에 연간 6,600만~1억6,500만 달러(약 960억~2,400억 원)가량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수년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중서부 공장들이 줄폐업한 것을 고려하면 이 지역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관세 전쟁이 '비상식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WSJ는 사설을 통해 "관세 전쟁은 결국 공화당의 중요한 지지 기반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트럼프가 이들의 실질 소득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당황스러운 처사"라고 개탄했다. 심지어 WSJ는 "관세는 세금이고, 세금은 반(反)성장"이라며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이념이 상식을 잡아먹은 꼴인데, 대통령이 얼른 정신을 차리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관세가 미국을 더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며 "트럼프는 자신의 유권자 기반인 블루칼라 미국인 수백만 명의 생계를 위험에 빠뜨렸다. 피해만 만들고 이익은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관세를 발표하자 뉴욕 증시가 영향을 받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사진은 4일 뉴욕증권거래소. 뉴욕=AFP 연합뉴스
당장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 물가도 비상이다. 이날 미국 유통기업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관세로 인해 당장 이번 주부터 딸기, 아보카도, 바나나 등 과일과 채소 가격을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고, 대형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CEO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세 폭탄에 물가 인상 공포까지 덮치며 미국 증시는 이틀 연속 고꾸라졌다. S&P500 지수는 4일 5,778.15로 마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날인 지난해 11월 4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포 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23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주식시장 상승 랠리를 방해할 만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베팅'은 일단 무산됐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혼란 수습 대신 '확전'을 택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보복 관세를 발표한 캐나다를 향해 "그러면 우리도 같은 금액만큼 상호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쏘아붙였고, 의회 연설에서는 다음 달 2일 광범위한 농업 관세를 발표하겠다며 "약간의 조정 기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농민과 소비자들은) 참아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를 일부 경감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트럼프의 발언이 일종의 '블러핑(강한 허세)'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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