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이 정보기관 "하마스 기습 허용 근본 원인은 정부 정책"… 네타냐후 공개 저격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얼굴에 '피 묻은 손'을 상징하는 붉은 손 자국이 덧입혀진 모습을 담은 스티커가 지난달 17일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현장 거리에 떨어져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정보 분석 실패가 자국민 약 1,200명을 희생시킨 참사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하마스 기습을 허용한 근본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공개 저격'이었다. 정보기관의 국가 지도자 또는 정부 비판이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네타냐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 표출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예루살렘에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1주기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이날 10·7 사태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 중 기밀이 아닌 부분을 추린 8쪽짜리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난달 27일 군의 대응 실패 책임을 인정한 보고서를 발표한 지 닷새 만에 나온 정부 기관의 또 다른 '참회록'이다.
신베트의 '정보 실패'는 총체적이었다. 신베트는 하마스 기습 전날인 2023년 10월 6일 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휴대폰 통신사 동시 접속 45건이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앞서 두 차례(2022년 10월, 2023년 4월) 유사 상황이 있었지만, 큰 사건 없이 지나갔다는 이유였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은 다음 날 오전 6시 30분 이뤄졌다.
인적 정보(휴민트)망이 장기간 무력화돼 잘못된 정보에 속고 있었고, 하마스의 구체적 공격 계획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고도 무시한 사실도 인정했다.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은 "신베트는 상대(하마스)를 과소평가하지 않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학살'을 막지 못한 짐을 평생 짊어지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인들이 지난 2일 예루살렘에서 반정부 시위를 열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주목할 대목은 신베트가 '단순 정보 실패'를 넘어, 네타냐후 정부 책임을 물은 부분이다. 보고서에는 "하마스 성장·공격의 핵심 원인은 하마스 강화를 허용한 정책"이라고 적시했다. 그간 이스라엘 안팎에선 "정치생명 연장을 꾀하는 네타냐후가 국내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하마스 세력 강화'를 묵인하는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신베트도 동일한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특히 신베트가 △카타르의 대(對)하마스 군사 자금 지원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처우 악화 문제 △2023년 이스라엘 내 광범위한 사회 불안 등을 '하마스 강화' 사례로 거론한 것은 사실상 네타냐후에 대한 직격탄이나 마찬가지다. 3개 사례 모두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적 수명 연장을 위해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신베트의 '정부 실책 지적'은 네타냐후가 시민사회의 독립 조사 요구를 줄곧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거부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책임론 차단을 위해 관계기관의 소규모 조사만 허용했는데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럼에도 네타냐후의 반성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신베트 보고서와 관련한 TOI의 논평 요구에 침묵했다. 측근 인사들도 "신베트가 괜히 총리를 비난하고 있다"는 취지로 분노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