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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에 뒤통수 맞았다"… 금융권·개인투자자 '부글부글'

입력
2025.03.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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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빌려준 금융권 '당혹'
회생신청 직전까지 어음 팔기도

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자 대출 회수 지연이 불가피해진 금융사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까지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한 개인투자자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금융권의 홈플러스 익스포저(대출·지급 보증 등 위험 노출액)는 1조4,461억5,000만 원에 이른다. 이 중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3사가 빌려주거나 보증을 선 규모만 1조2,167억 원에 달한다. 이 외 신용보증기금과 서울보증보험도 1,000억 원 이상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고, 시중은행 익스포저는 KB국민은행(546억7,000만 원), 신한은행(288억8,000만 원), 우리은행(270억 원) 순이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함에 따라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고, 채권자협의회와 재무구조 개선 협의를 거쳐 6월 3일까지 구체적인 회생계획안을 내야 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MBK 측으로부터 이번 절차에 대해 아무런 사전 설명을 듣지 못하고 졸지에 돈이 묶였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환 조건에 대한 협상 요청이나 설명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회생 신청을 알게 됐다”면서 “인수한 회사가 힘들어지면 별다른 자구 노력 없이 떨구고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인데 채권자는 뒤통수 맞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사적 구제 수단인 기업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과 달리 법원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향후 채권단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 변제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최악의 경우 홈플러스가 채무상환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보유 자산 가치 등으로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금융권은 판단하고 있다.

회생 신청 직전까지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MBK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CP와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7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달 4일 기준 만기가 남아 있는 CP와 전단채는 1,940억 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법인뿐아니라 개인에게도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확실한 담보가 없어 메리츠금융 등 담보 채권자보다 변제권 순위가 밀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게 바로 사모펀드의 비정함”이라고 꼬집었다.

강유빈 기자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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