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폭탄 8발에 포천 민가 초토화된 날, 김동연 현장 대신 대권 행보

입력
2025.03.07 20:00
구독

사고 당일 오후 서울서 '유튜브 방송' 참여
"탄핵" "대권 경쟁자" 등 발언하며 웃기도
포천 주민 "도민 피해 안중에도 없나"

김동연(노란색 옷) 경기도지사가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7일 오후 사고 브리핑을 받으며 현장을 살펴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노란색 옷) 경기도지사가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7일 오후 사고 브리핑을 받으며 현장을 살펴 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공군 전투기 오폭으로 경기 포천시에서 10여 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권 행보와 관련 있는 유튜브 방송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지사는 하루 뒤에야 초토화된 사고 현장을 찾아 빈축을 사고 있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지사는 오폭 사고가 발생한 6일 오후 4시 서울의 한 언론사에서 진행된 유튜브 방송에 패널로 참여했다. 해당 영상에서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만장일치로 나올 것"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유기 하는 것" "(대권 후보 중) 국민의힘에는 경쟁자가 없다" "가장 위협적이고 껄끄러운 후보는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등을 언급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다른 패널과 함께 웃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전날 김 지사 측이 언론에 배포한 공식 일정은 '오전 9시 30분 기아PBV 업무협약 및 현장 간담회'(경기 화성시)와 '오전 11시 45분 네덜란드 노르트브라반트주 대표단 면담(경기도청)' 2개뿐이었다. 유튜브 방송 참여 등 오후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관내 대형 사건사고 현장 방문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무가 아니지만 우리 전투기가 민가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이고, 이번 오폭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 지사가 유튜브 방송에 참여한 시간에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 주민들은 폭탄이 왜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 파손된 집을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김 지사는 오폭 사고 하루 뒤인 7일 오후 2시 사고 현장을 찾았다.

주민 A씨는 "전투기가 폭탄을 발사해 주민이 다쳤는데 도지사가 현장에 안 와보고 어딜 간 것이냐"며 "도민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피해 지역이 지역구인 김성남(포천제2선거구)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은 "심각한 재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도지사가 피해 현장이 아닌 개인 대권 행보에 나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문제 삼겠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공군 등에서 폭탄 발사 경위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주지 않았고 중상자도 이송하는 등 어느 정도 정리돼 '현장 방문까지는 안 해도 된다'고 보고했다"며 "이후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내일은 꼭 가셔야 한다'고 다시 보고해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명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