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러시아 제재’ 경고는 시늉? “우크라 폭격, 할 법한 일” 푸틴 편든 트럼프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2017년 7월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최근 공세 강화는 ‘종전 의지 표현’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또다시 편들었다.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이 푸틴에게 기회를 제공한 형국이다.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경고는 시늉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지금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를 맹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최종 휴전·평화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러시아에 대규모 은행 제재, (다른) 제재,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력히 고려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러시아와 잘 지내고 있지만 지금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폭격하고 있다. 내 생각에 그(푸틴)는 종전 합의를 바라고, 그래서 더 강하게 그들(우크라이나)을 때리고 있다”며 “누구라도 그 입장이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위협이 무색하게 곧장 푸틴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드러난 호감이 뚜렷하다 보니 제재 언급은 사실상 빈말 아니겠느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뒤 트럼프와 사이가 틀어진 존 볼턴은 7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완전히 공허한 얘기”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균형을 취한 것처럼 보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지금껏 러시아가 중국 도움 등으로 제재를 성공적으로 회피해 온 데다 러시아의 대미 수출액이 워낙 미미해 관세 역시 무의미하다는 게 볼턴의 설명이다. 푸틴도 이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행보를 보면 제재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제재 위반·회피 수단인 ‘그림자 선단’을 감시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는 올해 주요 7개국(G7) 의장국 캐나다의 제안을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이 부과한 제재를 피해 원유를 수출할 목적으로 러시아가 국적 등을 속여 운영하는 유조선들이 그림자 선단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합의가 이뤄지면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를 신속히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7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압박은 일방적이다. 미국의 안보 보장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간 교환 방안을 의제로 했던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담판이 결렬되자마자 트럼프는 대우크라이나 무기·정보 지원을 중단했다. 급기야 상업용 위성사진 접근 권한마저 박탈했다.
반대로 러시아에는 호재뿐이다. 미국의 지원이 끊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러시아는 공격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의 ‘푸틴 두둔’ 발언에 자신감을 얻은 듯 러시아군은 탄도미사일(7일 밤 도브로필리아)과 드론(8일 하르키우)으로 우크라이나를 공습했고, 이로 인해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영국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SNS 엑스(X)에 “누군가 야만인의 요구를 들어주고 달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썼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방조했다는 뜻이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가차 없는 러시아의 미사일은 푸틴이 평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일갈했다.
앞으로도 트럼프의 친(親)푸틴 행보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이 수년간 ‘세뇌 작업’으로 트럼프 머릿속에 ‘우크라이나는 부패한 국가이며 러시아 세력권’이라는 인식을 심었다고 8일 분석했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방첩부서장 수전 밀러는 NYT에 “트럼프는 푸틴의 독재 권력을 선망하고, 그것 때문에 푸틴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푸틴이 트럼프의 ‘워너비’(Wannabe·‘되고 싶은 사람’ ‘갖고 싶은 물건’ 등을 뜻하는 한국식 영어 표현)라는 얘기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