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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만한 스타트업 하나만 키운다" 이색 액셀러레이터 만든 스왈로우즈의 김호규 전우성 한성희 공동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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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기업(스타트업) 육성업체(액셀러레이터, AC)는 스타트업의 싹을 발굴해 투자하고 키우는 곳이다. 벤처투자사(VC)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 투자하지만 성격이 약간 다르다. AC는 사업 준비 또는 시작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에 소규모 자본을 투자해 3~6개월간 사업의 틀을 갖추도록 사무실이나 사업 자문(멘토링), 교육 등을 제공한다. 반면 VC는 성장 단계 스타트업에 AC보다 많은 돈을 투자해 전략적 의사 결정에 관여하며 확장을 돕는다.
지난해 설립된 스왈로우즈는 독특한 AC다. 최소 3, 4개 이상 스타트업을 선발해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다른 AC와 달리 이 곳은 한 번에 한 곳만 선발한다. 김호규(46) 대표는 소수 정예를 지향하는 이 방식을 "도자기를 굽는다"고 표현했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스왈로우즈를 공동창업한 김 대표, 전우성(49) 브랜딩 전략담당(CBO), 한성희(51) 프로덕트 전략담당(CPO)을 만나 이색 육성법을 들어 봤다.
이색 스타트업 육성업체 스왈로우즈를 공동창업한 전우성(왼쪽부터) 최고브랜딩책임자, 김호규 대표, 한성희 최고제품책임자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독특한 육성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들이 독특한 육성법을 들고 나온 이유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문제점 때문이다. 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입을 뗐다. "400곳 넘는 국내 AC 가운데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곳은 20%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육이나 육성 위탁 사업 자금을 따내는 일에 집중해요."
그 바람에 김 대표는 "소수의 AC가 정부 사업을 독점하는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는 공적 자금을 실적 있는 곳에 투입하다 보니 소수 AC가 정부 사업을 대부분 가져가요. 사실상 초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소수 AC가 좌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죠. 그러다 보니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하고, 받은 후에도 관리가 안돼 생존율이 떨어져요."
그래서 이들은 스타트업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방식을 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쓰이는 이 방식은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이들은 한 번에 스타트업 한 곳만 선발해 집중 육성한다. "다른 AC는 한 번에 스타트업을 10개가량 선발해 법무, 재무 등 보편적 교육을 해요. 반면 우리는 한 곳만 뽑아 3개월 동안 매주 만나 창업가의 고민을 들어보며 잘못된 방향에 대해 성장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실무를 돕죠. 많은 기업에 투자하면 이런 식의 집중 관리를 할 수 없어요. 따라서 3개월 단위로 한 곳씩 연간 2, 3개 스타트업을 선발할 생각이에요."
전 CBO가 만난 많은 창업가들이 계획과 다른 시장 상황 때문에 창업 후 혼란을 겪는다. "현실을 잘 모르고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며 이상만 좇는 창업자도 있어요. 두드려 맞기 전에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는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말처럼 시장에서 각종 문제에 부닥치면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부스터라고 부르는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했다. "산업별, 업무별 전문가 70명이 부스터로 참여해요. 대기업 임원, 창업가 등 다양하죠. 이들이 스타트업이라는 새싹에 물과 거름을 주며 보살피는 역할을 해요."
이들의 보살핌을 받는 첫 번째 스타트업은 올해 초 선발된 일리오다. 유명인들의 팬을 관리해 주는 스타트업이다. 1차 서류 전형으로 걸러낸 14곳 스타트업 가운데 심층 면접을 거쳐 선발했다. 한 CPO는 성장성을 눈여겨봤다. "시장 크기와 방향성을 보고 성공 확률이 높은 곳을 뽑았어요. 팬 이코노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 구성도 독특하다. 한 CPO는 "펀드 구성도 다른 AC와 반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AC는 투자자를 모집해 펀드를 꾸려 스타트업에 투자해요. 우리는 반대로 스타트업을 키운 뒤 성적을 토대로 투자를 받아요. 이러면 투자받기도 쉽죠."
그래서 아직 외부 투자자가 참여하는 펀드는 없다. 우선 3명의 공동창업자 자금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한 뒤 외부 투자자를 모아 펀드를 만들 생각이다. 펀드는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펀드 등 2가지를 구상 중이다. "500만~1,000만 원을 투자하는 소액 출자자 49명을 모아서 올해 안에 2, 3개 펀드를 결성하는 것이 목표죠. 개인투자조합은 1억~5억 원, 하반기에 결성할 벤처투자펀드는 50억~100억 원 규모를 생각해요."
문제는 한 곳만 투자할 경우 수익에 대한 기대 또한 낮아진다는 것이다. 투자업으로서는 단점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투자한 곳이 모두 실패해도 그만큼 배울 수 있어서 의미 있다고 봐요."
스왈로우즈의 공동창업자인 김호규 대표(가운데)가 기존 AC 방식과 스왈로우즈의 육성 방식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 번에 한 곳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박시몬 기자
세 사람은 네이버에서 일한 공통점이 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개발자로 씽크프리에서 일하다가 네이버로 이직해 10년간 일했다. "네이버에서 검색 관련 신규 사업 전략을 담당했어요. 이후 게입업체에 투자하는 AC인 GXC에서 일했어요. 이때 미국, 유럽 게임업체 여러 곳에 투자해 원금의 20배 이상 벌었죠. 이렇게 번 돈으로 스왈로우즈 외 강원 강릉에서 공유 사무실 업체와 경영 자문업체도 운영해요."
한 CPO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네이버에서 콘텐츠서비스팀장으로 10년간 일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스마트TV 개발을 담당하다가 요기요를 거쳐 빗썸으로 이직했다. "요기요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돈을 벌었어요. 빗썸에서 일할 때 지도한 스타트업 연 매출이 6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뛰는 것을 보며 AC 사업과 투자에 관심을 가졌어요."
전 CBO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전자와 네이버에서 일했다. "네이버에서 브랜드 업무와 인연을 맺어 스타트업 29CM의 브랜딩 디렉터, 스타일쉐어와 EST소프트의 자회사 라운즈에서 CBO로 근무했어요. 현재 브랜딩 전략업체 시사이드시티를 따로 운영하고 있죠."
앞으로 이들의 목표는 많은 스타트업을 성공시켜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통해 일하는 보람을 찾고 싶어요. 기존 AC들도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유명 AC 몇 곳과 협업을 논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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