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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늦게" "무조건 빨리"... 탄핵심판 '시간'에 목숨 거는 여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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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르면 이번 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의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점입가경이다. 여야 공히 '시간 싸움'에 집중하고 있는데, 내용은 정반대다. 윤 대통령 석방으로 반격의 기회를 잡은 국민의힘은 헌재에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선고 일정 자체가 연기되는 것만으로도 탄핵 민심의 동력을 한풀 꺾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 준비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도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반드시 선고하라"며 헌재 압박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조속한 사회 안정을 대의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판결보다 탄핵 선고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공히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촉구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윤 대통령 석방이라는 호재를 만난 국민의힘은 내친김에 탄핵심판 연기까지 내달리는 분위기다. '신중한 탄핵심판'을 이유로 절차가 마무리된 '헌재 변론 재개'까지 요구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단 근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권 논란을 문제 삼은 만큼, 헌재 역시 공수처 수사 기록의 적절성 등을 따져 봐야 한다는 게 주된 논리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는 (법원 결정이) 헌재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안 줄 것이라 주장하는데 본인의 희망사항"이라며 "헌재는 (윤 대통령)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한 이번 판결을 당연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헌재가 흠결을 안고 시간에 쫓겨 결론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가세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시 국정 공백이 커질 것을 대비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고 나왔다.
겉으로는 적법절차, 국정 혼란 해소를 강조했지만, 속내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례에 비춰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은 오는 14일로 예상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이 대표의 2심 판결은 오는 26일로 예정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먼저 나온다면 결과에 따라선 '이재명 때리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헌재 판결을 최대한 늦춰 탄핵 동력을 떨어트리고, 조기 대선에 대비할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내란종식·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탄핵 반대’ 여론 확산을 위한 장외집회 목소리까지 분출됐다. 윤 대통령 파면 결정 때까지 매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고 국회 심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을 향한 맞불 성격이다. 친윤계 일부 의원들은 전날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당 지도부에 '여론전'을 위한 철야농성, 천막농성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도부는 "지금은 국민을 선동할 때가 아니라 차분하게 민생을 살피며 헌재 판결을 기다릴 때"(권영세 위원장)라며 집단 행동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높은 중도층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장외집회 참석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 석방으로 허를 찔린 민주당은 "신속한 탄핵만이 국정 위기 상황을 수습할 길"이라며 이번 주를 탄핵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파괴 시도였다"며 "헌재는 헌법과 양심에 기초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극우세력을 자극해 제2, 제3의 서부지법 폭동이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이번 주에 반드시 내려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탄핵심판 속도전 배경을 두고 '이재명 살리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 파면이 늦어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가 먼저 내려진다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될 우려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하염없이 늦어져 6월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 대표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3개월 이내 결론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탄핵 선고가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변론 재개 주장이 나오는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합류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8명 헌법재판관 체제에서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만장일치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진보 성향'인 마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해 탄핵 가능성을 높이자는 노골적인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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