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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볼모 잡은 ‘겁박의 정치’… 野 도보 행진, 與 릴레이 시위

입력
2025.03.13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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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매일 광화문까지 도보행진
14일에는 광화문서 현장 최고위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 그었지만
의원 60%가 릴레이 시위 동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여야의 장외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전날 단식농성과 삭발 투쟁, 광화문 집회로 포문을 연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당 소속의원 전원이 매일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8.7㎞가량을 걸어 이동하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전례가 없는 총동원령이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심판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에 대거 동참했다. 여당 지도부는 전날 “당 차원이 아닌 개별 의원의 소신과 판단에 맡긴다”며 선을 그었지만 하루 만에 소속 의원 60%가 동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집단 장외투쟁이 됐다.

이들이 여론전의 무대를 여의도에서 서울 도심으로 옮긴 건 집단행동으로 헌재를 겁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전초전이 될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대결 양상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野, 매일 도보행진에 헌재 앞 ‘인간 띠잇기’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 출정식을 마친 후 광화문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 출정식을 마친 후 광화문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도보 행진 출정식’에서 “윤석열 파면은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길이고, 윤석열의 복귀는 민주공화국을 파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헌재가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으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해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출정식에는 시국간담회를 위해 광화문으로 먼저 자리를 옮긴 이재명 대표와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일부 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모두가 참여했다. 당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나 목도리를 두른 이들은 3시간가량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에 나섰다. 14일에는 광화문 천막 농성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황정아 대변인은 도보 행진과 현장 최고위가 '헌재 압박'으로 비칠 가능성을 묻자 “윤석열의 즉시 파면을 위한 모든 가용한 방법을 생각한 것”이라며 "파면 선고가 늦어지면 혼란이 가중되고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직무 유기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보 행진을 서둘러 추진하다 보니 혼선을 빚었다. 집회 48시간 전 사전신고가 안 된 탓에 이날 민주당의 도보 행진은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 이뤄졌고 피켓을 들거나 구호도 외치지 못했다. 황 대변인은 “오늘은 인도에서 침묵으로 조용히 시작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행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선수별로 집단행동도 예고했다. 재선 의원들은 13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간띠 잇기' 퍼포먼스에 나서고 3선 의원들은 윤 대통령 파면과 관련된 백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與 지도부 선 그었지만 시위 동참 크게 늘어

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에서 전날 시위자인 윤상현(오른쪽), 강승규(왼쪽) 의원과 교대하고 있다. 뉴시스

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에서 전날 시위자인 윤상현(오른쪽), 강승규(왼쪽) 의원과 교대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장외 집회에 선을 그었지만 헌재 앞 릴레이 시위가 집단 투쟁으로 확대됐다. 시위 참여를 개별 의원의 선택에 맡겼는데, 참석자가 대거 늘어난 탓이다. 전날 강승규 의원과 시위에 돌입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현재까지는 60여 명이 훨씬 넘는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108명)의 60%에 육박하는 수치다.

다만 이 또한 의욕이 앞서다 보니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5인 1조로 팀을 짜서 24시간 헌재 앞을 지키려다가 집회법 위반(1인 시위 제외한 집회는 사전신고)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로 떨어져 시위에 나섰다.

여당은 헌재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나경원 의원을 필두로 82명의 의원은 "소추 동일성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하라" "민주당 의회독재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주실 것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기각' '각하' 등의 표현은 앞서 1차 탄원서 때는 없던 내용이다. 참여 의원도 7명 늘어 사실상 당론(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채택할 수 있는 규모로 불었다. 일각에선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의 투쟁을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권성동 원내대표)으로 표현하면서 사실상 헌재 압박 행위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임 기자
김도형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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