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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된 불만족' 찾는 우크라 종전 협상

입력
2025.03.14 04:30
27면

유럽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첫 고위급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첫 고위급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전쟁과 외교는 다른 탈을 썼지만 국가의 협상 도구라는 점에서 같다. 역사가 블레이니는 "전쟁은 외교가 좌절될 때 발발하지만, 전쟁이 실패하면 다시 외교가 등장"한다며 두 도구의 순환적 관계를 짚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 서방, 러시아 모두 지난 3년간의 전쟁을 통해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전선이 고착화되고 전쟁 지속의 비용이 기대 효과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외교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종전 외교는 '미국-러시아'와 '미국-우크라이나-유럽'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러시아' 축은 지난달 18일 리야드, 27일 이스탄불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며 양국 관계 회복과 종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를 담고 있는 2022년 이스탄불 협정 초안이 종전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종전 협상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협상의 개시가 종전을 의미하진 않는다. 현재 '미국-우크라이나-유럽'의 협상 축이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문제를 놓고 쉽게 내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 어려움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2월 24일), 스타머 영국 총리(2월 27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2월 28일)의 백악관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보장을 완강히 거부하며 부각된 바 있다.

미국의 물리적 레버리지와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견제 의지가 충돌하며 거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군사 지원과 정보 제공을 카드로 종전을 압박하고, 이에 우크라이나는 광물 협정으로, 영국과 프랑스는 전후 평화유지군 파견과 20여 개국으로 구성된 '의지의 연합' 결성으로 미국과의 '거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 과정 속에 '미국-우크라이나-유럽' 간 균형점의 생성 시기와 내용이 '미·러 협상의 진척 상황과 어떻게 맞물리느냐가 종전의 과정, 성격, 가능성을 형성하는 핵심적 축이 될 것이다.

키신저는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적 만족이 아니라 균형된 불만족이라 하였다. 나의 절대적 만족 추구는 상대의 절대적 불만족을 초래하고 결국 충돌의 씨앗이 된다. 타협의 외교가 실종되었던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직후 키신저가 서방,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에 던졌던 경고다. 2025년 종전 외교를 평가할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김인욱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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