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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 파워'와 함께 인도, 파키스탄 거론한 트럼프...북미협상 재개 포석

입력
2025.03.14 16:30
5면

트럼프, 또다시 김정은 '핵 파워' 언급
"핵 보유 인정한 상태서 협상 시작 의도"
한미 확장억제 공약과 충돌할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또다시 '핵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진 사람)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북미 협상 재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인도·파키스탄을 북한과 함께 언급했는데 이는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인도나 파키스탄도 있고 그것(핵무기)을 가진 다른 나라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확실히 핵 파워"라고도 강조했다.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처럼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도 김 위원장을 '핵 파워'라고 지칭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하고 '비핵화 협상'이 아닌 군축 협상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쏟아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은 한국·일본과의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현실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다만 재차 '핵 파워'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인도, 파키스탄을 함께 거론한 것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많다. 북한을 핵 보유를 인정한 상태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 원칙은 유지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이룰 가능성은 크지 않고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며 임기 내 일정 부분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핵화'라는 목표를 유지하되 협상은 군비통제 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최근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 인사가 최근에 북한과 협상에 나서게 되면 어떤 조건들을 내걸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스위스 주재 북한 공관 등을 통해 북미가 이미 실무 접촉하고 있을 가능성도 나온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 조건을 맞추게 되면 확장억제 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핵 파워' 발언에도 반응하지 않고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대북 정책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며 한미 연합연습이나 전략 자산 전개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2023년 양국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의 후속 조치로 한미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다. NCG에서 논의한 확장억제의 핵심이 북핵 사용 시나리오가 반영된 한미 연합훈련과 정례적인 전략 자산 전개였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확장억제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동성명 등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면서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온 만큼,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멈추고 한미의 제안에 호응하여 대화에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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