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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4500명 유지 ②3000명 원상복귀 ③0~1500명 감축…실현 가능한 '의대 정상화' 선택지는?

입력
2024.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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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재조정하자" 논의 '봇물'
올해 선발 인원 축소는 현실성 낮아
2026학년도 조정 가능, 인원이 관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사태로 '탄핵열차'에 올라타면서 그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대규모 의대 증원도 동력을 잃게 됐다. 정책 추진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계와 정치권에서는 "의대 정원을 재조정해 혼란을 수습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는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현실적인 대안들일까. 전문가 등의 의견을 토대로 실현가능성을 따져봤다.

①"수시에서 못 뽑은 인원, 정시로 넘겨 뽑지 말자"

의사 단체에서는 "당장 내년 초 입학할 의대 신입생 수부터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통 수시 전형에서 다 채우지 못한 인원은 정시 전형으로 넘겨 뽑는데 이를 하지 말자는 얘기다. 입시업계는 올해 정시 이월 인원이 100~200명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대학들이 이만큼 뽑지 않으면 내년 의대 신입생은 4,695명에서 4,500~4,60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월 인원 수는 오는 26일 확정된다.

하지만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경쟁의 장인데 도중에 룰을 바꾸면 수험생들이 소송하는 등 반발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전형은 모집인원 등을 미리 밝히는 '사전예고제'를 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에 따르면 천재지변 수준의 사유 등이 있을 때만 중간에 바꿀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2017년 11월 포항에서 진도 5.4의 강진이 발생해 학교 시설 등이 피해보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하지만 모집 정원을 중간에 바꾼 적은 없었다.

교육부는 더 나아가 일부 대학이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 뽑지 않는다면 '통상적 절차'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령을 위배한 것이기에 검토를 거쳐 시정명령부터 학과 폐지까지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②"2026년 입시 때 0~1500명으로 줄이자"

의료계도 당장 2025학년도 신입생 수를 축소하는 건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이 때문에 현 고교 2학년들이 치를 2026학년도 대입 때부터 정원을 줄이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다만 얼마나 줄일지를 두고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극단적으로는 내년 입시 때 의대 선발 인원을 '0명'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을 줄이지 않는다면) 2026학년도에는 의대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정 연령의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기에 소송 가능성이 크다.

대한의사협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500~1,500명 선으로 줄이자"고 주장한다. 올해 선발 인원보다 70~90% 덜 뽑자는 것이다. 수업 거부를 한 2024학년도 신입생과 내년에 뽑힐 2025학년도 입학생을 합치면 이미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많기에 2026학년도에는 선발 인원을 크게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2024 의료인력 추계연구 결과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뉴스1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2024 의료인력 추계연구 결과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뉴스1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24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1,500명 안'이 가장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0명을 뽑으면 수험생이 피해를 보고 3,000명 이상을 뽑으면 의대 재학생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라 두 숫자의 절충점인 1,500명이 알맞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또한 수험생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황금돼지띠'인 현 고2(2007년생) 인구는 49만3,000명으로 고3(2008년생)보다 약 5만 명 많다. 그만큼 입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대 정원까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줄이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심란할 수밖에 없다. 한 학부모는 입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애는 의대 준비할 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입시 피라미드의 정점인 의대 정원이 줄면) 그 여파가 아이에게 분명히 미칠 것임을 알기에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③"3000명으로 원상복귀"

대입 현장이 현재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현실성 있는 안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학년도(3,155명)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년간 증원됐던 게 원상복귀된다고 생각하면 수험생 입장에서도 입시 전략을 크게 수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보다 더 줄인다면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의대에서는 "2026학년도에도 3,000명을 뽑으면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어렵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의사가 배출되면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정시 이월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2026학년도에는 의대 신입생을 아예 안 뽑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니 입시 현장은 말그대로 무정부 상태에 놓인 것 같다"면서 조속히 의대 정원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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