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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한은 총재가 "최상목 대행 도와야" 했을까

입력
2025.01.04 00:10
19면
최상목(오른쪽)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회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야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오른쪽)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회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야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국무회의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는 소식에 “고민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또 “최 대행의 어려운 결정으로 이제 ‘우리 경제 운영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서 간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전파하려 하는데, 국정운영 책임자들이 최 대행을 비난하면 그런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겠느냐”라고도 했다.

한은 총재가 공개적으로 기재부 장관을 옹호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전통적으로 한은과 기재부는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은법 개정을 두고 부딪쳤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엔 경기부양을 추진하던 최경환 부총리가 한은의 금리인하 지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고채 매입을 두고 두 기관의 의견이 달랐다. 물가안정이 최우선인 한은과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기재부의 조직 목표상 둘의 긴장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그런데 12·3 불법 계엄발 경제 충격 앞에서 평소 견원지간인 두 기구의 수장이 공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특히 원화 가치와 증시 등은 국회 대통령 탄핵소추 부결이나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정치 불안정이 커질 때마다 추락했다. 어제도 코스피 지수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섰다는 소식과 함께 외국인의 순매수가 늘어나며 급등했다. 하지만 오후 1시 30분 영장 집행 중단 소식과 함께 0.6%나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체포실패로 정치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증시 하락은 얼마 후 진정됐지만, 경제가 한국의 정치 불안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준다.

위태로운 한국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이 총재 말처럼 한국의 경제 운영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 독자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 불안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최 대행과 이 총재의 협조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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