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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 “훈련인 줄 알고 왔다, 상당수 병력 손실”… 파병 실체 드러난다

입력
2025.01.12 2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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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보안국 "북한군 두 명은 20세, 26세"
"낙오돼 4, 5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11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페이스북 캡처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11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생포된 북한군의 진술을 우리 정보 당국이 12일 처음 확인했다. 이번에 생포된 북한군은 두 명으로 향후 진술 내용이 추가로 확보됨에 따라 북한 파병 증거와 북한·러시아의 전쟁 범죄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조사를 위해 현지에서 심문 통역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포로 "러시아 도착 후에야 파병 알아"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두 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북한군 포로는 러시아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진술했다. 북한군의 심리적 준비가 미흡한 상태임에도 북한 지도부가 급박하게 파병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을 인용해 1999년생(26세), 2005년생(20세) 북한군 두 명을 생포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북한군 포로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SBU와 실시간 공조를 통해 북한군 생포를 포함한 현지 전장 상황을 파악했다"며 "포로들은 부상당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생포된 북한군 1명은 조사에서 "작년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으로 이동했다"며 "전쟁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러시아 도착 후에야 파병 온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전투 중 상당수 병력 손실이 있었다"면서 자신은 낙오돼 "4, 5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다가 붙잡혔다"고 밝혔다. 이런 진술은 북한군 파병 후 처음 나온 것으로 지금까지 붙잡힌 북한군 포로들은 중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돼 진술을 하기도 전에 사망했다.

北 파병 참상 드러날까... 북한군 진술에 달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두 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를 통해 생포된 북한 병사 두 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X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두 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를 통해 생포된 북한 병사 두 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X 캡처


앞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생포된 북한군들의 입에서 어떤 참상이 전해질지 모른다. 향후 우크라이나군이 추가적으로 북한 병사를 생포한다면 파병과 준비 과정에서 벌어진 참혹한 현실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간 북한군이 전장에서 처한 비인도적 상황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해졌다. 최근 영국 더 타임스는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군의 증언을 인용 "북한군 병사들이 사실상 '인간 지뢰 탐지기'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북한군은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증언을 전한 바 있다.

이로써 북러는 인권 침해 범죄가 국가 차원에서 자행됐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에게 국가가 훈련이라고 속인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국가 범죄"라며 "향후 국제사회에서 중대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홍 위원은 "러시아는 북한군의 준비 상태를 파악하고도 최전선의 소모적 병력으로 사용했다"며 "인권 유린에 가담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생포된 북한군이 "훈련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파병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급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군사협력에 따른 파병의 반대급부, 즉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을 얼마나 갈망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은 러시아 파병 이후 올해 1월 이뤄진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서 지난해에 비해 상당한 기술 개선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에 대한 일부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은 러·우 전쟁에서 드론전 작전 경험은 물론 이란·러시아 네트워크를 통한 드론 제작 기술까지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군의 드론작전사령부 등은 이에 따른 향후 한반도 안보 지형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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