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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암 진단을 받는다면…

입력
2025.01.16 22:00
26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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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언론사의 온라인 강좌에 출연해 암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2008년 9월 대장암 3기 진단과 함께 시작된 암 경험자로서의 삶과 비전, 암 관리 노하우 등 다른 암 경험자들과 투병 정보를 나누는 자리였다.

강좌를 앞두고 암 투병 환자와 가족, 암 예방에 관심이 많은 청취자로부터 받은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면서 오랜만에 투병 시절의 비장과 긴장감을 느꼈다. 항암 치료 중 음식 메뉴는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지, 보호자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 치유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치료 중 가장 힘이 되었던 응원 메시지는 어떤 내용인지 등 질문은 다양했다.

암 사랑 코칭, 건강 강의 등을 통해 내 투병 경험을 다른 암 환우와 가족들과 나누면서 다룬 주제가 대부분인데, 암 진단 직후 병원 치료를 포함한 완치 계획을 세워 꾸준하게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 진단을 받으면 당혹감부터 시작해 화, 두려움, 걱정 등 다양한 감정에 휩싸인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실감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혼돈의 상황에서 완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사실 쉽지 않다. 환우 본인이든 가족이든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암의 종류, 진단 당시의 병기, 치료 방법을 정확히 숙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병원 치료는 의료진을 믿고 따라야 하고, 병원 밖 일상생활에서 암을 관리하는 일은 환우와 가족 몫이다. 암 완치 과정은 매우 길고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 잘 견디면서 암 재발을 막고 삶의 질도 잘 유지하려면 '자기주도적' 완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의료진의 설명을 듣는 것과 별개로 암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대학병원 홈페이지, 전문 의료진이 쓴 책, 유튜브 등을 통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암의 원인, 치료 과정 등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 작동 원리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암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우리 몸의 암 예방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는 연구가 많다.

암과 싸우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이해하고 나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암이 생긴 이유를 찾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 내게 암이 생겼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내면, 앞으로 실천해야 할 목록도 만들 수 있다.

필자는 면역체계를 무너뜨린 '나쁜' 생활 습관(몸 습관, 마음 습관)을 바꾸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매일 투병일지를 쓰며 실천했다. 무슨 음식(음식 종류)을 어떻게 먹으며(음식 먹는 방법),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고, 스트레스를 없애고 줄이기 위해 무엇(웃음 치료, 명상, 숲 걷기 등)을 얼마나 자주 하며, 면역 향상에 도움이 되는 믿을 만한 건강식품 섭취나 보완통합의학적 치료 중 어떤 것을 받을 것인지 등 계획에 포함시켜야 할 게 많다.

인내와 긍정적인 마음가짐, 자신에 대한 믿음도 꼭 필요하다. 다른 암 경험자들의 투병 사례를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되는데, 개인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희망의 끝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미력하나마 암 경험의 그 길에 동행하는 게 내 삶의 목표이고 내가 사는 의미다.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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