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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태백에서 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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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이미 UAE에 원전을 수출하며 원자력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체코 원전 수주 경쟁에서도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러한 성과로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원전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난제가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원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철저히 관리되지 않으면 인간과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원전 운영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보관하거나 중간저장시설에 저장한 뒤, 궁극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영구 처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고 나머지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대부분의 국가는 재활용 없이 그대로 처분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렇듯 중간 과정은 다르지만 최종 관리 방식은 모두 같다. 바로 인간 생활권과 완전히 격리되도록 지하 깊은 처분장에 영구히 묻는 것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없지만 핀란드가 최초로 처분장 운영을 가시화하며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핀란드는 지하 420m의 화강암반에 처분장을 건설해 사용후핵연료를 영구히 격리하는 시설을 구축하였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혁신은 처분장과 유사한 환경을 갖는 지하연구시설(URL) 덕분에 가능했다. 핀란드는 처분장 건설에 앞서 지하연구시설에서 처분시설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신뢰와 동의를 얻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쌓이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에 정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7년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대전의 소규모 지하연구시설(KURT)을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KURT는 심도가 120m에 불과해 대규모 처분장 설계와 실증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새로운 희망이 발표되었다. 강원도 태백이 대규모(500m 심도) 지하연구시설 부지로 선정된 것이다. 태백에 건설될 연구시설은 처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설계와 안전성을 실증하며, 국민들에게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연구시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세 가지의 주요 연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핀란드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을 개발 중이며,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은 처분장 설계 기술의 안전성을 실증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우리나라의 지질학적 특성에 적합한 한국형 처분시설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결실을 맺으면, 2030년대 초에는 태백 지하연구시설에서 한국형 처분시설의 설계 개념과 안전성을 실증하는 단계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처분시설의 안전성을 직접 확인하고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원자력은 오랜 세월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역사적 성과도 원자력의 기여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 한강의 발원지가 태백이듯이,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의 시작점 또한 태백이 될 것이다. 태백에 둥지를 틀 지하연구시설이 지속 가능한 원자력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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