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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엔 세계 유일의 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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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세계 유일의 공원이 있다. 세상 모든 공원은 저마다 멋을 가진 무이한 공원이다. 그렇더라도 부산의 이 공원은 특별하다. 과거 유엔 묘지로 알려진,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이다. 한국전 참전국 중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대한민국(카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의 14개국 참전용사 2,330명이 안장돼 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는 평화와 자유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고,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서 번영도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고마움을 기억하는 이들이 연중 유엔기념공원을 찾는다. 지난해 43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 7일엔 마틴 보스마 네덜란드 하원의장이 이곳을 찾았다. 새해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첫 해외 내빈이다. 네덜란드는 한국전 발발 당시 5,322명을 파병한 나라다. 보스마 의장은 자국 묘역을 둘러보고 관리처 직원으로부터 안장된 네덜란드 참전용사 123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전사자 중에서도 보스마 의장과 반 더 플리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등 방문단은 마리우스 햄펠 이병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다. 정전협정일(1953년 7월 27일) 하루 전 정찰을 나갔다가 전사한 용사다. 19세 때 참전을 희망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한반도로 오지 못했고, 1년 동안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20세 나이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수호에 나선 청년이다. 햄펠 이병과 함께 정찰 임무를 수행했던 빌렘 드 바우저 이야기도 소개됐다. 바우저는 다행히 살아남아 귀국했지만, 평생을 전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품고 지냈다. 결국 전우 곁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뜻에 따라, 반세기도 더 지난 2019년 이곳에 안장됐다는 설명에, 많은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였다.
네덜란드는 한국전 파병 이전부터 한국과 인연이 있는 나라다. 17세기 중반 조선 땅에 떨어진 네덜란드 선원들의 13년 기록으로 유명한 '하멜표류기', 유럽 유일의 항일독립 유적인 이준 열사 기념관이 대표적이다. 또 한국전 포연이 가신 뒤, 반세기만에 있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끌어올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나라도 네덜란드다.
올해는 유엔 창설 80주년이 되는 해다. 이는 곧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 각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평화와 자유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것이다. 유엔기념공원도 10·24 유엔의날 기념식을 비롯, 전 세계에서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11·11 '턴 투워드 부산(부산을 향하여)' 행사 등 130회의 참배 이벤트를 통해 그 대열 앞에 설 것이다. 긴 명절 연휴, 부산을 찾는다면 유엔기념공원도 방문하시길 요청 드린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감사를 표해야 할 대상은 조상님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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