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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궤변·선동도 모자라 책임까지 떠넘기나

입력
2025.01.17 00:10
27면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배보윤 변호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배보윤 변호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포고령 1호의 국회 활동을 금지하는 위헌적 내용을 두고 “잘못 베낀 것”이라며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책임으로 돌렸다. 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는 온갖 궤변과 선동에 하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한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대통령의 책임이 면해질 수도 없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62쪽 분량 답변서에는 그의 황당한 인식이 넘쳐난다. 더불어민주당을 “선거 부정도 서슴지 않는 반민주 반민족 패거리들”이라고 구체적 물증 없이 비난했고, 심지어 “이 땅을 중국과 북한의 식민지로 만들려 한다”며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는 주장도 쏟아냈다. 어제 헌재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도 대리인단은 중국·북한에서 선관위를 해킹하고 가짜 투표지를 넣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궤변을 폈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장악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포고령 1호에 대해 “김 장관이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 온 것”이라며 본인은 “부주의로 간과”했을 뿐이라고 발을 뺐다. “표현이 미숙했다”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직접 검토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김 전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도 윤 대통령이 포고령의 ‘야간 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적시됐다. 하물며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포고령 1호는 계엄하에서도 입법부 활동은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에 정면 위배되는 핵심 조항이다. 그런데 대수로운 게 아니라는 듯 장관에게 책임을 떠미는 건 최종 책임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 첫날 묵비권 행사에 이어 둘째 날인 어제는 조사에 아예 응하지 않았다. 이런 황당한 주장과 행태가 재판은 물론 헌재 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앞서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수사에 응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헌재는 “헌법 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그래도 박 전 대통령은 미흡하나마 두 차례 담화를 통해 국정농단을 사과했고 책임을 밑에 전가하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에겐 헌법 수호 의지도 국가 지도자다운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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