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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보낸 대통령”이라니… 경호처 일대 혁신 필요하다

입력
2025.01.18 00:10
19면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았던 대통령경호처가 평소에도 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과하게 칭송하면서 ‘심기 경호’에 열중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처장으로 일하는 동안(2022년 5월~지난해 9월) 경호처가 정치색 짙은 ‘친윤 근위대’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경호처는 2023년 12월 18일 경호처 창설 60주년 행사에서 윤 대통령 헌정곡 음원을 틀었다고 한다. 가사 중에는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이라거나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준 대통령’ 등 낯 뜨거운 내용이 담겼다. 이날이 윤 대통령 생일이긴 했지만 국가기관 창설 의미를 되새겨야 할 장소에서, 칭찬·아부를 넘어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경배 의식이 이뤄진 것이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VIP'를 지키는 경호조직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개인적 존경심을 투영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도를 넘었다. “여러분은 친구 생일 축하도 안 하냐”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 경호관의 충성 대상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직책이지 ‘윤석열’ 개인이 아니다. 당장 내일 대통령이 바뀌어도, 새 대통령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경호관의 숙명이다.

더구나 본보 보도를 보면 경호처 내 윤 대통령 추종 세력이 영장 집행에 협조한 경호관을 따돌리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정당한 공무집행에 수긍한 것을 ‘배신’으로 치부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시스템 대신 의리 등 개인적 요소에 휘둘린다는 얘기다. 이런 경호처 사유화 경향은 박정희 정부 시절 박종규·차지철이 경호실장이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경호처가 계속 독립 조직으로서 군경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1·21 사태(김신조), 육영수 여사 피살, 아웅산 묘역 폭파 등 대통령에 대한 실체적 위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처장하에서 사적 조직으로 일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만큼, 경호처 개혁의 필요성이 커졌다. 타 부처(재무부→국토안보부)가 대통령 경호를 맡은 미국, 경찰이 담당하는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사례를 연구해 대통령 경호조직 사유화를 막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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