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조상을 명단에서 빼달라”는 한국인 유족 27명의 청구를 어제 기각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기각은 지난 2011년 다른 한국인 유족들이 제기한 합사 취소 소송을 기각한 데 이어 두 번째이다.
조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시겠다는 소박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인륜을 두 번이나 외면한 것이다. 특히 2006년 제기한 1차 소송 판결문에서 “원고가 신사의 종교적 행위로 감정이 상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지만, 타인의 종교 자유에 대해 관용이 요구된다”고 밝혀 국제적 논란이 일었다. 일방적으로 일본식 종교시설에 합사한 문제는 외면한 채,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유족들에게 “종교 자유에 대한 관용”을 요구하는 적반하장의 논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분노한 다른 한국인 유족들이 2013년 두 번째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엔 “합사 철회 요청은 종교 문제가 아니라, 일제 침략전쟁에 동원된 아버지나 형제가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장소로 비판받는 야스쿠니신사에 사전 통보 없이 합사된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법원 1심 재판부는 5년 7개월을 끌더니 판결 이유도 없이 “원고들의 모든 요구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 측이 부담한다”라는 5초짜리 판결문만 읽어 유족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 최고재판소는 침략 희생자 유족의 인격권은 외면한 채 “일본 정부가 한국인 합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신사에 제공한 것 등은 문제없는 행정 조치”라고 판단했다. 다수 일본 언론도 이번 소송에서 청구인 측이 ‘원고 1인당 위자료 1엔 지급’이란 상징적 배상도 요구한 점만 부각해, 법원이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는 식의 편향적 보도로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국인은 2만 명에 달한다. “조상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추모하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유족들의 요청마저 외면하면서, 이웃 나라를 향해 “미래를 지향하자”고 주문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는 것을 일본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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