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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한 미국, ‘트럼프 2.0’ 시대 개막… ‘미국우선주의’ 해결사 오늘 취임

입력
2025.01.20 00: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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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낮 12시부터 47대 美대통령으로
과반이 ‘마가’ 정책 지지… 재집권 동력
이민·관세 장벽으로 ‘위대한 미국’ 재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대통령 취임식 이틀 전인 18일 미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 워싱턴DC’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하고 있다. 스털링=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대통령 취임식 이틀 전인 18일 미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 워싱턴DC’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하고 있다. 스털링=로이터 연합뉴스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다.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이다. 8년 전 미국인은 ‘대통령 트럼프’가 무엇을 할지 잘 몰랐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는 워싱턴에 연고가 없던 무명 정치인의 ‘벼락 당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미국인은 그에 대해 너무 잘 알았고, 오른쪽으로 기운 미국 유권자의 선택은 자신들 이익부터 챙겨 줄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해결사였다. 이날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시작되는 트럼프의 취임식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알고 뽑았다, 그가 뭘 할지

지난해 11·5 대선 때 트럼프의 득표율은 49.9%다.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대외 군사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그의 정책은 과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2~10일 미국인 2,128명을 상대로 실시해 18일 결과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다.

구체적으로 보면 트럼프가 공언한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을 “강하게”든 “약간”이든,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5%였다. 미국이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를 바라는지, 해외 문제보다 국내 문제에 더 신경 쓰기를 바라는지 물었을 땐 60%가 후자를 골랐다. NYT는 “트럼프의 경우 정책 지지도가 개인 지지도를 상회한다”며 “트럼프 지지자가 아닌 미국인 상당수가 국가적 문제에 대한 그의 암울한 평가에 공감하고 그의 대책 중 일부를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재집권 동력이 정책에서 나온 셈이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틀 전인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반대 집회 ‘국민의 행진(People’s March)’에 참가한 시민들. 워싱턴=UPI 연합뉴스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틀 전인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반대 집회 ‘국민의 행진(People’s March)’에 참가한 시민들. 워싱턴=UPI 연합뉴스

압도적이지 않아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반은 힘이 세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 세력 기세가 등등한 반면, 진보 진영은 위축됐다. 체념으로 무기력해진 모습이다. 18일 워싱턴의 ‘반(反)트럼프’ 분위기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과는 대조적이었다. 민주주의와 여성·성소수자·이민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진보 단체들이 합동 집회를 열었지만 참가자 수는 수천 명에 불과했다. ‘국민의 행진(People’s March)’이라는 거창한 기치가 무색했다. 2017년 이맘때 ‘여성의 행진(Women’s March)’ 참여 인원은 50만 명에 달했다. 다양한 이슈를 포괄해 주최 측이 큰 텐트를 쳤는데도 오히려 규모가 확 줄어든 것이다.

시카고를 고른 이유

‘위대한 미국’ 재건의 핵심 수단은 노동자와 상품의 미국 유입을 막는 장벽이다. 자신감이 가득한 만큼 ‘재선 대통령’ 트럼프의 행보는 거침없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첫날 그가 발표할 행정명령(의회 입법 없이 대통령 서명으로 가능한 행정조치)은 100건에 달하리라는 게 AP통신 등의 전망이다.

1호로 유력한 것은 불법 이민 차단·추방 조치다. 비자 등 서류를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전면 차단하고, 동시에 미국 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데 필요한 명령이 예고돼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추방 작전은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시작된다. 범죄 경력이 있는데도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가 주요 타깃이나, 검거 작전 현장에서 다른 불법 체류자를 발견하면 그들 역시 범죄 이력 유무에 상관없이 체포하겠다는 게 트럼프 2기 행정부 방침이다.

시카고는 ‘본보기’라고 WSJ는 해석했다. 연방 당국 단속 협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피난처 도시’의 대표 격인 데다, 트럼프의 정적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목표는 이익, 수단은 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식을 이틀 앞둔 18일 미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본인 소유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 워싱턴DC’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스털링=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식을 이틀 앞둔 18일 미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본인 소유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 워싱턴DC’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스털링=AP 연합뉴스

관세 관련 조치도 첫날 행정명령 후보다. 관세는 트럼프의 대외 정책상 다목적 무기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이 관세로 충당될 수 있고, 외교 협상 때 상대의 양보를 유도할 지렛대로도 관세가 유용하리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외에 환경 보호 목적 화석 에너지원 개발 규제의 철회, 가상화폐 규제 완화 등도 트럼프가 실행을 서둘러 온 의제다.

트럼프의 ‘거래주의’ 대상에는 피아가 따로 없다.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그린란드 같은 동맹국(덴마크) 영토에 눈독을 들이는 일도 불사하는 인물이 트럼프다. 미국 본토로 날아올 수 있는 핵미사일의 포기와 핵 보유 인정의 교환이 북한과의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교·안보 최고위직에 대(對)중국 강경파를 기용하고 60%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지만, 18일 WSJ에 따르면 취임 100일 내에 베이징을 찾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싶다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거래의 토대가 되는 방식은 강압이라는 게 문제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이익이고, 달성 수단은 힘”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대처하는 세계 각국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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