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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극복과 긍정적 사고의 역설

입력
2025.01.22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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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환영하는 긍정적 사고는 동기유발과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기계발서나 역경을 극복한 수기는 위기에서 긍정적 사고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수많은 조언에 불편함과 염증을 느낄 수 있다.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은 온갖 문제를 외적 환경보다 동기 부족 등 개인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모욕과 수치심을 갖게 만든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성취나 성공, 강점을 강조하며 부정적 태도와 비판적 시각을 경시하도록 조장한다. 우리가 당면하는 고통이나 무력감은 긍정적 사고의 결여에서 생기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냉정하고 이성적인 시각에서 온갖 부정적인 일, 특히 죽음이나 질병을 생각하다 보면 현재의 삶과 건강을 더 고맙게 여기게 된다. 긍정적 사고나 환상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나은 것으로, 즉 실제보다 똑똑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반면 우울하거나 비관적 태도는 상황에 비교적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직면함으로써 자신을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긍정적 사고는 긍정적 태도와 행복을 강요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늘 행복하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며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 상황의 중요성을 간과하게도 한다. 개인 행복이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외적 요인이 아니라 내적 요인에 달려 있다고 가정한다면 행복은 개인의 책임인 것이다. 내면을 강조하며 행복이 의지력에 좌우된다는 생각은 개인에게 뒤처지지 않게 부단한 발전을 요구하는 압박을 가한다.

삶은 결코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크고 작은 일에 대한 불만은 있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면을 보며 불평하는 능력은 삶을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하고 현실을 직면하는 그대로 인정하게 만든다. 불평, 불만은 흔히 날씨, 정치, 운동경기와 같은 외부를 향한다. 그러나 긍정적 태도는 내부를 향한다. 우리 자신의 동기를 탐색하며 잘못을 찾는다. 매사가 자신의 믿음에 달려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믿음은 편협한 생각이며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개인의 동기와 긍정적 태도의 문제로 귀결시킨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인생의 문제는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을 다 잘해낼 수는 없으며 언제나 행복과 같은 긍정적 결과를 이루지도 못한다. 삶의 부정적인 면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세상을 본다면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부정적인 면을 인정해야 미래의 시련도 잘 대처하게 된다.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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