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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협정 들여다봐라" 트럼프 한 마디에 한미 FTA에도 불똥 튈까

입력
2025.01.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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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 동시에 행정명령 세례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에도 서명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해 수정 사항 찾아라"
한미 FTA 직접 언급 없었지만, 안심은 금물
"전보다 더 큰 변화 가능성도... 불확실성 여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2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뉴스1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2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행정 서명을 쏟아내고 있는데 기존 무역 협정을 검토하고 4월까지 고칠 필요가 있는 부분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상호 호혜적 수준이 될 수 있게끔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 2기 출범과 동시에 불확실성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당장 한국을 겨냥한 행정 명령은 없지만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고 추이를 꼼꼼하게 살핀다는 계획이다.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기존 미국 무역 협정과 부문별 무역협정을 검토하고 FTA 상대국과 상호 호혜적이고 상호 유리한 수준을 달성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정 사항을 권고하라"는 내용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Memorandums)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상무부는 재무부·USTR과 협의해 미국 상품 무역 적자의 원인과 경제·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글로벌 추가 관세 등을 권고하라고 했다. 그 내용이 담긴 보고서 제출 기한은 4월 1일까지다.


언급 피한 한국... 방심은 금물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이번 각서에 한국은 보이지 않았다. 또 25% 수준으로 예고했던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2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언급했을 뿐 다른 나라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는 상무장관·재무장관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한 인준이 끝나지 않는 등 준비가 덜됐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문답에서 보편 관세를 "조속히 부과할 것"이라면서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미 FTA 역시 검토 대상에 속할 가능성이 높고 관세 인상 역시 협상 카드로 등장할 수 있다. 이미 한미 FTA는 트럼프 1기 때도 폐기 얘기가 나올 만큼 강력한 수정 요청을 받았다. 이때 우리 측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유지, 미국산 자동차 수입 쿼터 확대 등을 내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EPA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더 큰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도 내다본다. 큰 방향성을 보여주면서 세부적인 것들은 신중히 채워나가는 듯 보여서다. 또 연임을 할 수 없어 빠른 정책 추진이 필요한 트럼프 측 상황, 늘어난 한국의 대(對)미 무역 흑자 규모 등도 고려 요인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처음부터 큰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국가별로 선별해 원하는 걸 준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그때를 계속 미루기보다는 (출범) 한두 달 안에 요구 사항을 하나씩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무슨 요구를 할지는 알 수 없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통상 전문가는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언급하면서 고율 관세 부과를 강조했던 중국과는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면서 "한국도 당장 영향을 받지 않지만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거라 본다"고 했다. 조성대 산업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가 △중국 수입 억제에 따른 한국 수입 증가 △한국 기업들의 투자 증대 등에서 비롯한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화무쌍한 트럼프 정부 안테나 세우러 간 대표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미 신정부 출범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미 신정부 출범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이번 각서의 배경과 세부 내용을 알기 위해,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과 현지 파견 상무관 3인, 사무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 워싱턴D.C.에 모였다. 이들은 USTR과 상무부 등을 접촉해 현지 상황을 살피고 정보를 모은다. 한국에서 급파된 이들의 귀국 일정 역시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적시되진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언급이 있었던 만큼 안심해선 안 된다"며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주변국 행동 등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다듬어 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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