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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날 트럼프 환대한 바이든, 면전서 바이든 비난한 트럼프

입력
2025.01.21 18: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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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이·취임일 상반된 행보
8년 만에 신구 권력 총출동 취임식
TV쇼 같았던 경기장 행정명령 서명

20일 정오 임기를 마친 조 바이든(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당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그의 연설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0일 정오 임기를 마친 조 바이든(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당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그의 연설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두 미국 대통령은 끝까지 달랐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떠나는 날 마지막 순간에도 전통을 지키며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환대했지만, 그런 그를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뒤 면전에서 비난했다.

본인 대통령 취임식 날인 20일(현지시간) 아침 당선자 신분으로 ‘대통령의 교회’인 백악관 뒤편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예배한 트럼프 부부는 이날 오전 10시 직전 백악관에 도착했다. 현관에서 대기하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는 후임 부부가 차에서 내리자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환영했다. 포옹하고 인사를 나눈 두 부부는 기념 촬영을 한 뒤 백악관 안으로 들어가 차를 마시며 담소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마지막 몇 시간 동안에조차 껄끄러운 후임자를 상대로 바이든은 격식을 차렸다”고 전했다.

회동을 마친 두 대통령은 오전 10시 40분쯤 함께 같은 리무진을 타고 취임식장인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이동했다. 4년 전 바이든 전 대통령 취임식 때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불참으로 차에 함께 탈 기회도 없었다.

취임식에서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을 축하하는 미국 정치의 전통적 관행이 8년 만에 재연됐다. 바이든 전 대통령 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축하하는 전임자를 코앞에서 거침없이 비판했다. “지금 우리 정부는 국내에서 간단한 위기조차 관리할 수 없으며 동시에 해외에서 일련의 재앙적 사건들에 비틀대고 있다.” 바로 뒤에서 취임사를 듣던 바이든 대통령 표정이 굳어졌다.

이날 취임식에는 조지 W 부시(공화당),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이상 민주당) 등 전직 대통령이 총출동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배우자 미셸 여사는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날인 20일 지지자들이 모인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 경기장 내에 책상을 놓고 거기서 행정명령들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날인 20일 지지자들이 모인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 경기장 내에 책상을 놓고 거기서 행정명령들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은 한파 탓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1985년) 이후 40년 만에 실내에서 진행됐다.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중앙홀)에는 800석가량이 마련됐고,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Emancipation Hall)에 1,300석 방문자센터 극장에 500석이 별도로 준비됐다.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거물 정치인도 화면으로 취임식을 참관했다. 반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구글의 순다이 피차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거대 기술기업 수장들은 로툰다에서 내각 장관들보다 앞에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연설을 세 번 했다. 정식 연설을 마친 뒤 ‘노예해방홀’을 방문해 추가 연설을 했다. 실내로 장소가 바뀐 대통령 퍼레이드 행사를 위해 찾은 의사당 인근 ‘캐피털원아레나’에서도 2만 석을 거의 꽉 채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한 번 더 했다. 정치 보복을 막을 심산으로 가족 등에 대한 임기 막바지 선제 사면을 단행한 바이든 대통령을 거듭 공격했다.

연설 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장 내 책상에 앉아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호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에 사용한 펜 여러 자루를 던져 줬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여전히 리얼리티TV 쇼 진행자 시절 연예인 본능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가 경기장 무대를 가상 백악관 집무실로 썼다는 게 아니라 집무실을 경기장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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