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강, 불법계엄에 "1980년 반복돼선 안 된다는 시민들이 나선 것"

입력
2025.01.22 10:36
수정
2025.01.22 11:31
구독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서 언급
'작별하지 않는다' 미국 출간 앞둬
계엄 사태에 "과거와 현재 연결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어판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어판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79년과 1980년의 기억은, 직접 경험했든 간접적으로 겪었든 그것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았기에 한밤중에 거리로 나선 것이죠."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은 2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 당일 이를 막은 시민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밤새 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본 그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NYT 인터뷰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미국 출간을 앞두고 화상 통화로 이뤄졌다. NYT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와 이 작품을 두고 “한강은 한국의 가장 어두운 사건,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학살과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살해된 제주도에서의 일을 소설로 파헤쳤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의 권위주의적 과거사를 다룬 한강의 작품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이후 (현실과의) 관련성이 더 커졌다”며 “(계엄령은) 광주 학살 이후로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강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장면들이 연이어 다뤄지는 것은 결코 의도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직면하고 글로 써내면서 전 세계 폭력 피해자와 이를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깊이 공명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은 “그것은 고통이고, 피”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죽어 남겨지는 부분과 살아 있는 부분을 연결하는 삶의 흐름”이라고 했다. 이어 “죽은 기억과 살아 있는 현재를 연결하여 무엇도 죽지 않게 하는 것은 한국 역사뿐 아니라 모든 인류를 향한 것”이라고 했다. NYT는 인터뷰에 응한 한강에 대해 “자기 책처럼 단어와 문장을 신중하고 주의 깊게 선택하면서 시적 운율을 살려 말했다”고 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고요한 글쓰기의 나날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다. 그는 "작은 마당을 내려다보는, 햇살이 비치는 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며 "흩날리는 눈발이 지난해 심었던 야생화를 덮고 있는 게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하고, 어느 정도의 익명성 속에서 부담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 그것이 작가에겐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