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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공정성(Fairness Doct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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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문제
공공재인 전파 이용에서 비롯
기계적 균형 넘어선 고민 필요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방송이 공정한가라는 문제의 제기는 과거 군부독재 시대에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을 거쳐, 지금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립 구조로 이어져 최근에는 단순히 사회적 논쟁을 넘어 사회적 문제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민주화 이후 정권 교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 정당은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각자 입장에 따라 방송 보도나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에 대한 공정성의 논의를 달리해 왔다.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보와 보수의 양쪽에서 요구하는 공정성이라는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시사나 정치프로그램의 보도나 토론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의 의견을 공평하게 제시하는 소위 공정성의 원칙(fairness doctrine)을 따르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즉 보수패널이 한 명 등장하면 진보패널도 한 명 등장하고, 진보에게 한 번 발언권을 주면 보수에게도 한 번 발언권을 주는 방식이다. 공정성의 원칙은 방송사가 논란이 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방송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 일방적 의견이 방송되면 반드시 그와 대립되는 의견도 방송해야 할 것을 의무화한 것이고 할 수 있다.
1940년대 미국에서 나타난 이러한 정책의 수립 배경에는 전파의 희소성 논리가 담겨있다. 방송사가 공공 자산인 희소한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적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다. 1987년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연구 끝에 공정성 원칙을 폐지했다. FCC는 해당 원칙이 방송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으며, 방송 전파에서 중요 문제에 대한 발언을 감소시켰고, 매스미디어 간 경쟁 증가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원칙의 폐지는 입법자, 학자, 그리고 대중들 사이에서 방송이 정보의 다양성 확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을 종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성 원칙의 기반이 되는 방송의 희소성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희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종합편성 방송의 등장뿐만 아니라 팟캐스트나 유튜브가 언론이나 여론 형성 기능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정치적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로를 통해 검증된 정보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편향되고 왜곡되고 자의적인 방송이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팟캐스트나 유튜브의 정치적 방송보다 더 높은 공정성을 요구받고 있는 전통적 방송에서는 아직도 공정성의 원칙에 따른 방송편성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기회나 시간의 절대적 평등도 중요하지만 상대적 평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이 50대 50이라면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겠지만, 여론이 70대 30이라면 출연이나 방송의 기회를 50대 50으로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가라는 것이다. 절대적 평등의 입장에서는 비록 여론이 일방적이더라도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상대적 평등을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여론을 왜곡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방송의 공정성은 단순히 기계적으로 획정할 수 없는 문제이며 방송사나 언론사에서는 항상 딜레마로 작용하는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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