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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탄핵 명절… 가족 간 갈등 터질라 "밥상서 정치 얘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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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29)씨는 설 연휴에 고향에 가려던 계획을 접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를 두둔하는 글을 공유하는 아버지와 최근 크게 다퉜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계엄의 밤' 이후 아버지는 온 가족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시도 때도 없이 계엄 정당성을 설파하는 유튜버 동영상 링크와 블로그 글을 올렸다. 참다 못한 김씨는 아버지와 한바탕 채팅 설전을 벌이고는 카카오톡 방을 나와버렸다. 김씨는 "아버지가 저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불법계엄까지 옹호할 줄은 몰랐다"면서 "솔직히 너무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올해 설 연휴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윤 대통령 계엄·탄핵·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족이나 세대 간 얼굴을 붉히는 다툼이 벌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경북의 30대 초등교사 이모씨는 "어르신들마다 정치 성향이 다르기에 되도록 명절에 정치 얘기는 안 하려 한다"면서도 "이번엔 특별한 상황이라서 의도치 않게 목소리를 높일까봐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탄핵 정국 속 명절을 맞이하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벌어진 '설전'이 떠오른다는 이들도 있다.
실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인식은 청년층인 2030과 '민주화 세대'인 4050, 그리고 이들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인 6070세대 간 간극이 크다. 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가 20~22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18~29세(40%)와 30~39세(39.6%), 40~49세(39%) 응답자의 경우 10명에 4명꼴로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50대 역시 32.7%가 파면에 동의했다. 반면 윗 세대인 60대와 70세 이상에선 각각 28%와 24%에 그쳤다.
명절에 입 밖으로 꺼내선 안 될 3대 금기(대학·취업·결혼)에 탄핵도 포함돼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취업준비생 A(27)씨는 "적어도 이번 설 연휴만큼은 밥 먹을 때 무조건 TV 끄고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고 가족과 친지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때 정치 성향이 서로 다른 어머니와 친척 간 말다툼으로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B(28)씨 역시 "강성 민주당 지지자인 어머니와 '이재명 반대파'인 부산 출신 외할머니가 다툴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초대형 이슈를 무조건 외면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냐는 얘기도 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의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 현직 대통령 첫 체포와 구속, 법원 난입 폭력 사태 등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터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논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공무원 박모(37)씨는 "싸움 나면 안 되지만, 탄핵 정국에서 정치 얘기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생각이 달라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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