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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 첫 복귀서 '美우선주의' 외친 트럼프… "감세냐 관세냐, 선택하라"

입력
2025.01.24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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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미 흑자 EU에 "아주 나쁘다"
"과징금은 사실상 세금" 관세 정당화
"러·우 전쟁 끝내겠다" 유가 조정 시사
"전 세계 희생해 MAGA 이루나"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다보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다보스=AP 뉴시스

"내가 전 세계 기업들에 전하는 메세지는 간단하다.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부과하겠다."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행사장에 화상 연설자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지난 20일 취임해 집권 2기를 연 그의 국제무대 복귀 첫 일성도 역시나 '미국우선주의' 일색이었다. '협력과 신뢰를 통해 더 나은 세상 만들기'가 다보스포럼 취지지만, 미국의 이익만을 강요할 뿐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를 모색해 보려는 고민도 의지도 없었다. '관세 폭탄'을 무기로 전 세계 기업을 압박하는가 하면, 유럽연합(EU)을 향해선 "과징금으로 사실상 세금을 매기고 있다"는 저격까지 쏟아냈다.

"전 세계 제조업, 세금 제일 싼 미국 오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각국 기업을 상대로 '미국 내 제품 생산'을 촉구하며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15%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일종의 '당근'을 제시한 셈인데,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특권(감세)을 누리지 않겠다면 관세를 내야 한다"는 위협도 가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관세는 수천억~수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해당 관세 수입은 미국의) 경제 강화와 부채 해소에 쓰겠다"고 밝혔다. 다보스포럼에 모인 전 세계 기업 경영진을 향해 '미국으로 제조업 기지를 이전하라'는 압박이었다.

"EU는 불공정" "유가 내려라" 말폭탄도

유럽연합(EU)기 앞에 미국의 테크기업 구글(왼쪽부터), 애플, 페이스북(메타에서 운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로고가 그려져있다. 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기 앞에 미국의 테크기업 구글(왼쪽부터), 애플, 페이스북(메타에서 운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로고가 그려져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이익 관철을 위한 '강압'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향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수천억 달러 흑자를 보고 있다. 미국을 매우 불공정하고 나쁘게 다룬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해 EU 경쟁 당국이 애플과 구글 등 미국 테크 기업에 '반(反)독점법 위반' 과징금을 부과한 조치를 두고는 "일종의 세금"이라며 자신의 관세 협박을 정당화했다.

국제유가와 각국 기준금리를 미국의 필요에 따라 조정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유가만 하락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즉시 끝날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의 종전을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려는 의도다.

그러면서 "유가가 내려가는 즉시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우리(미국)를 따라 전 세계가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장을 만나겠다. 금리를 많이 내려야 한다"고 압박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어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도 "많이(a lot)"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선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자 '민주당을 돕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하더니, 이제는 연준의 독립성을 대놓고 무시한 꼴이다.

美 언론 "동맹국 배쳑… 허위사실 많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우선주의로 점철된 이날 연설에 대한 비판도 빗발쳤다. 아그네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전 세계를 희생해서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려 한다"고 비꼬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엘리트에게 보내는 (트럼프의) 경고"라며 "미국우선주의를 위해 동맹국을 배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위 사실·과장 정보도 적지 않았다. CNN방송은 "EU는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 "실제로는 EU가 미국 자동차 수출과 관련해 두 번째, 농산물 수출에선 네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과 캐나다를 상대로 한 무역 적자 규모도 부풀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그가 미국의 대(對)캐나다 무역 적자를 '2,000억~2,500억 달러'라고 언급했지만, 2023년 미국의 적자액은 406억 달러였다며 "트럼프가 과장되고 거짓된 주장을 반복한다"고 짚었다.

이정혁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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