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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발 땐 ‘엄마’라더니…'재산 상속은 안 된다'는 동거인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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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사실혼, 상대 동의 없이 해소 가능
재산분할 가능하나, 상속은 불가
생전 ‘재산분할’ 청구가 핵심
Q: 55세 여성 A다. 전남편과 이혼 후 11년 전 M씨를 만났다. 그리고 M씨와 함께 기사식당을 운영하면서 식당 건물 2층에서 살았다. 명절마다 서로 양가를 방문해 제사도 지내고, 매년 친척들과 함께 여행도 다녔다. 나는 혼인신고를 원했지만, M씨는 "신고하겠다"면서도 자녀들 때문에 부담스러운지 차일피일 미뤘다.
4년 전부터는 M씨가 치매를 앓기 시작해 내가 간병을 했다. M씨의 자녀들도 저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아버지 수발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M씨가 식당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재산 분할 문제가 거론되는 등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됐다. 그러다 갑자기 M씨의 자녀들이 태도를 바꿔 “식당 건물에서 나가라”고 주장한다. 나에게 “연애하는 사이에 무슨 재산분할이 가능하냐?”며 고함까지 질렀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이 M씨 명의라 그러는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A: 최근 중년 재혼이 증가하면서 중년층의 사실혼 관계와 관련된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A씨 사례처럼 상대방의 자녀들이 새 부모(A씨)로 인해 자신의 상속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A씨는 ‘사실혼’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사실혼인지 아닌지 판단할 때 보통 5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①결혼식을 했는지 ②가족의 대소사에 참석했는지 ③주변 친척 및 지인들이 배우자를 ‘어머니’나 ‘고모’로 불렀는지 ④경제적 생활공동체인지 ⑤동거하며 전입신고를 했는지 여부다. A씨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공동으로 식당을 운영했고 △M씨의 병간호까지 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사실혼’으로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막상 이 요건들을 충족하여 사실혼 관계로 인정받더라도, 재산을 분배받는 방법에는 제한이 있다. 우리나라 법률은 사실혼 관계일 경우, '재산분할'은 인정하지만 '상속권'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산분할은 △사실혼의 파기 △배우자의 생존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A씨 사례같이 M씨가 의식불명 상태라면 유일한 재산 분배 방법인 ‘재산분할’마저 받지 못할까 우려를 하는 분들이 많다.
필자가 이와 비슷한 사례를 여러 차례 상담한 결과,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크게 두 가지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혼 해소가 ‘이혼’처럼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한가? △재산분할도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하므로 상대방이 생존해 있는 동안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받아야 하는가 등의 우려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난관에 대해 대법원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배우자가 의식불명 상태라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중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우선, ‘사실혼의 해소’는 상대방 동의 없이 어느 한쪽의 의사표시만으로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일방이 ‘사실혼 관계의 해소를 주장하며 재산분할 심판청구’를 한 사실만으로도 사실혼이 곧바로 해소된다"고 보고 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라는 법적 절차 없이 성립된 관계인 만큼, 그 해소도 자유롭다는 취지다.
둘째, 재산분할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청구 시점’이다. 재산분할 청구만 배우자 사망 전에 이루어지면 되며, 그 이후의 재판 절차는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도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게 된다. A씨의 사례처럼 배우자가 의식불명 상태라면, 지체 없이 재산분할 청구를 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A씨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십수 년간 실질적인 부부로 살아온 사실혼 배우자 M씨와 관계를 단지 재산분할을 위해 해소해야 하는 상황은 인간적으로나 법 감정적으로나 매우 안타깝다. 더욱이 M씨는 임종을 앞두지 않았나. 또 중년층의 경우, 복잡한 가족관계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법률혼’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사실혼 관계는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등한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런 제도적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배우자가 건강할 때 미리 유언이나 증여를 통해 일정한 재산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 부부가 되는 것을 추천한다. 중년층의 경우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칫 본인의 노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혼인신고가 어렵다면 앞서 설명한 사실혼 관계의 다섯 가지 판단 기준에 해당하는 상황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하면, 향후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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