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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일 시키는 팀장… 일부러 업무 정보 공유 안 하는 동료들

입력
2025.02.17 04:30
25면

경제ㆍ노무 : <18> 직장 내 괴롭힘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 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명백한 불법
신고와 법적 대응으로 보호해야
직장 문화 개선이 근본 해결책


Q1: 막 마흔에 들어선 직장인 A다. 직속 상사 B 팀장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습관적인 업무 지시 때문에 고통스럽다. 출근 전, 퇴근 후 등 업무 시간이 아닌데도 전화나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한다.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급한 일도 아니다. 심지어 연차, 휴무이거나 휴일에도 전화가 걸려온다. 그래서 휴가를 갈 때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들고 다닐 정도였다.

그런데 불합리한 지시가 점점 심해졌다. 외근을 하면 업무가 지체되는 경우가 잦다. 이 경우 회사에 복귀하면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다. 그래서 “현지 퇴근하겠다”고 보고했지만, B 팀장은 “상관 없으니 (회사에) 복귀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부당한 업무 지시가 벌써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Q2: 40대 초반 직장인 C다. 1년 전 경력직으로 현 회사에 이직했다. 그런데 이후 같은 부서 동료 및 선·후배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나를 따돌리고 있다. 업무상 공유해야 할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유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식사나 회식 등 모임에서도 나를 빼 놓는다. 심지어 나를 제외한 채 단체 대화방을 개설, 나에 대한 험담과 욕설을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회사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따돌림이 더 심해졌다.

A: 최근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씨의 사망으로 인해 다시 한번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간호계의 태움 문화(간호사 간 직급 등 서열에 따라 나타나는 악습·폐습), 사업주의 폭행,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등이 언론을 통해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또 최근 여러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70% 이상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변할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됐다.

법률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제76조의 2)은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이 충족돼야 할까?

먼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여야 한다. 그래서 지휘명령 관계이거나 직위·직급상 상급자의 경우 ‘우위성’이 인정되기 쉽다. 또 꼭 상급자가 아니더라도 인원수, 연령, 학벌, 근속연수, 직장 내 영향력 등 상대방이 저항, 또는 거절이 어려울 개연성이 높을 때 우위성이 인정된다.

둘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인지 여부도 중요하다.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폭언이나 폭행 등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은 행위”를 말한다.

A씨의 경우, 같은 팀 직속 상사인 B 팀장이 업무 지시를 했으므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는 쉽게 인정된다. 또 이런 행위로 인해 A씨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상급자의 지시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인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B 팀장의 지시 내용이 △업무시간 내에 지시해도 충분한 내용이었는지 △업무시간 외에 지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외근 후 회사 복귀 시 업무 시간을 초과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업무상 꼭 회사에 복귀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굳이 복귀할 필요가 없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C씨의 사례는 직장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연령이나 직급을 떠나, 나도 모르게 가해자로 가담할 수 있으므로 한번쯤 신중하게 생각해볼 만하다.

C씨의 경우 부서 동료들의 따돌림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C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다만 가해자들과의 관계가 지휘·명령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동료 관계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관계가 직장 내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에 해당 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이 사례는 여러 명이 C씨 한 명을 따돌리고 있다. 이 경우 인원수, 직장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해 관계의 우위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괴롭힘이 발생했을 경우 사후 처리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직장 내 괴롭힘은 꼭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다. 신고할 곳은 사용자(회사)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해도 된다. 신고를 받은 사용자(회사)는 객관적인 사실 조사와 피해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도 해야 한다. 위반 시 벌금 또는 과태료 처벌을 받는다. 또 피해자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가해자와 사용자를 상대로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ㆍ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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