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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서 앙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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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와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독립전쟁의 동지지만, 애덤스가 2대 대통령, 제퍼슨이 부통령이 된 후 관계가 최악으로 변한다. 둘은 같은 날 눈을 감았는데, 애덤스의 마지막 말이 “제퍼슨은 아직도 살아있나?”였다. 절대 공유할 수 없는 권력의 속성 때문에 동지가 앙숙이 되는 경우는 우리 정치사에도 있다. 처삼촌과 조카사위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박정희의 견제에 김종필은 ‘자의 반 타의 반’ 외유를 떠났다.
□ 육사 동기로 군사 반란을 함께하고 대통령 자리도 주고받았던 전두환과 노태우도 앙숙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밀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고,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전두환과 거리를 두고 결국 백담사로 은둔하도록 방치한다. 당시 전두환은 “대통령이라도 나한테 귀싸대기 맞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둘은 1995년 반란수괴 혐의 피의자로 나란히 법정에서 함께 중형을 받았지만,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 함께 내란 주동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은 동지에서 앙숙으로 가는 운명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까. 1977년 충암고 1년 선후배로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김용현이 2021년 검찰총장을 사퇴한 윤석열의 자택에 정보 문건을 들고 찾아가며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용현은 후배 윤 전 총장을 깍듯이 대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경호실장으로 경호실을 사병화하고, 군 내에 충암고 출신을 요직에 앉히며 계엄을 준비했다. 그리고 국방장관이 된 지 4개월 만에 친위 쿠데타를 저지른다.
□ 23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만난 김 전 장관은 ‘내란 동지’ 윤 대통령을 감싸며, 대부분 책임을 자기에게 돌렸다. 윤 대통령 질문에 “말씀하시니 기억나”라며 어색하게 말을 맞추기도 했다. 아무리 본인 몫의 책임을 덜어내려 해도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긴 어렵다는 게 대다수 법률가의 판단이다. 탄핵이 인용되고 내란죄 재판이 본격화하는 단계에서도 김용현이 윤석열을 감쌀까. 역사나 상황 논리는 그럴 확률이 낮다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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