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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AI 우뚝 선 중국 "통제 소용없다"...미국 "더 촘촘하게 조이겠다"

입력
2025.01.30 21:00
수정
2025.01.30 21:3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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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AI 딥시크 등장에 충격 휩싸인 미국
'기술 도용' 등 의혹 제기하며 방어 전선 구축
중국 "미국의 통제 정책은 실패했다"...축포
"미중 간 저가 AI 모델 개발 경쟁 심화할 것"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딥시크가 챗GPT를 이용해 자신들의 모델을 학습했다며 29일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오픈AI 로고를 배경으로 스마트폰에서 딥시크 앱이 구동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딥시크가 챗GPT를 이용해 자신들의 모델을 학습했다며 29일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오픈AI 로고를 배경으로 스마트폰에서 딥시크 앱이 구동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내놓은 'AI 모델 딥시크 R1'이 그간 미국이 주도했던 AI 산업 전체 판도를 뒤집을 변수로 떠올랐다. 후발 주자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 통제망을 뚫고 '저가 AI 시대'를 먼저 열어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미 중국에 뒤처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미국 AI 기업 주가는 폭락했다. 미국은 대(對)중국 반도체 통제망 강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데이터 도용 △개인 정보 탈취 △중국 정부 검열 등 각종 의혹을 던지며 딥시크발(發) 파장 차단에 나섰다. 반면 중국은 "딥시크의 성공은 미국의 기술 통제 실패를 의미한다"며 축포를 쏘아 올렸다. AI 리더십에 타격을 받은 미국의 기술 제재 강화와 중국의 기술 자립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중 간 '저가 AI 경쟁' 시대 신호탄

딥시크 충격은 미국 'AI 대장주' 엔비디아부터 덮쳤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4분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4.82% 하락한 122.77달러(약 17만7,365원)에 거래됐다. 지난 27일에는 무려 17% 급락하며 하루 만에 시총 약 6,000억 달러(약 860조 원)를 잃었다. 이는 미 증시 역사상 하루 기준 최대 손실분으로 기록됐다. 같은 날 브로드컴(-17.4%)과 오라클(-14%)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미국 AI 기업들은 딥시크 충격파에 연일 휘청거렸다.

전 세계가 딥시크 등장에 주목하는 것은 '고성능 AI 개발에는 고가의 최첨단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AI 업계 통념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플랫폼은 AI 모델 라마3 개발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 칩인 'H100'을 사용했다. 반면 딥시크는 H100 성능의 절반 수준으로 평가되는 H800만을 이용해 모델 훈련을 진행했다. 그 덕에 딥시크는 라마3 개발비의 10분의1 수준인 600만 달러(약 86억5,800만 원) 미만 비용으로 단 두 달 만에 이번 모델을 개발했다. 2023년 5월 설립된 중국의 작은 회사가 미국 AI 공룡들을 '가격'으로 압도한 것이다. 미국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딥시크 모델은 기존 AI 기업들의 막대한 지출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했다"며 "미국 AI 기업 투자자들의 신뢰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초저가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 R1 개발에 성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초저가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 R1 개발에 성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안팎에선 중국 제재 무용론이 대두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무역 제재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022년 8월 AI 구현 등에 쓰이는 반도체 제품을 중국군이 군사용으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의 H100 등 AI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만들어낸 중국의 위기감이 도리어 독자 모델 개발을 앞당겼다는 뜻이다.

중국은 한껏 들뜬 표정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딥시크 성공은 바이든 정부 4년에 걸친 중국 AI·컴퓨팅 파워 통제 실패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이 AI 발전의 독자적 경로를 개척하도록 자극했다"며 미국의 반도체 통제 정책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딥시크의 성공은 미중 간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곧장 'AI 기술 통제망 조이기'를 예고하며 방어 전선 구축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수출 통제 품목에 저사양 반도체인 H20을 새로 포함하는 등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 역시 이날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반도체 문제와 관련, "매우 강력한 통제 정책을 펼 것"이라며 대중국 수출 통제 강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조지프 무어는 "딥시크 등장은 미국의 추가적인 수출 통제로 이어지거나 (기업들의 AI 개발비) 지출 열기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는 물론 '저가 모델 개발 경쟁' 또한 심화할 것이란 뜻이다.

미국 "딥시크, 오픈AI 기술 도용 증거 상당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AI·암호화폐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28일 "딥시크가 오픈AI 모델에서 데이터를 추출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AI·암호화폐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28일 "딥시크가 오픈AI 모델에서 데이터를 추출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동시에 미국 AI 업계는 딥시크를 향한 의혹을 쏟아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파트너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오픈AI의 기술과 자료를 무단 사용한 것은 아닌지 조사에 착수했다. 딥시크가 오픈AI의 독점 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증류'의 증거가 발견됐다는 게 오픈AI 측의 주장이다. 증류는 AI 모델이 다른 모델의 출력 결과를 훈련 목적으로 사용해 유사한 기능을 개발하는 작업을 뜻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AI·암호화폐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도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오픈AI 모델에서 데이터를 추출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사이버 보안 회사 위즈(Wiz)도 딥시크가 실수로 민감한 데이터를 웹에 노출했다며 '보안 취약성'을 부각했다. 노출된 데이터에는 채팅 기록은 물론 보안 키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됐다고 위즈는 전했다. 미 해군도 '보안'을 이유로 "딥시크 모델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고 미국 CNBC 방송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딥시크 R1을 실시간으로 '검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딥시크 R1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톈안먼 사태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질문을 하면 "답변할 수 없다"거나 "다른 질문을 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가디언은 딥시크가 민감한 답변을 즉시 삭제한 정황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언론 자유'가 합법적인 권리인가"라는 질문에 딥시크 R1은 일단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억압하는 국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스스로 금세 이런 내용을 스스로 삭제하더니 "대신 우리, 수학이나 코딩 같은 문제에 관해 대화하자"라며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마이클 울드리지 옥스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딥시크와 중국 정부 간 데이터 공유는 무리한 가정이 아니다"라며 보안성이 딥시크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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