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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비닐로만 싸도… 항공 승객 스스로 안전 조치부터

입력
2025.02.01 00:10
19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출발장에 항공기 기내 반입 금지 품목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출발장에 항공기 기내 반입 금지 품목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부산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화재 원인 현장 감식이 사고 3일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조사관이 파견됐으나, 사고 여객기 내부에 연료와 비상 산소통 등 위험물이 있어 2차 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목격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화재가 기내 뒤편 수하물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연기와 불똥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승객 수하물 속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4월에도 비행 중인 국내선 여객기 기내 수하물 선반에서 보조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있었지만 즉시 진화해 사고를 막은 적이 있고,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여객기 승객의 휴대용 배터리 반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경고에 따라 항공기 수하물 관련 규정을 마련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리튬 보조배터리를 기내 반입할 때 외부에 노출된 단자를 절연성 테이프로 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항 수하물 보안검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승객도 대부분 알지 못한다. 또 ‘100Wh 이하 배터리는 5개, 100~160Wh 배터리는 2개까지 휴대가 허용’되는 기준 역시 법적 근거가 없어 손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관련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휴대전화와 카메라, 노트북이 여행 필수품이 되면서 붐비는 공항에서 배터리 보안검사를 강화하는 것은 승객 대기 시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마약이나 밀수 테러 등 더 큰 위험 방지에 집중해야 할 보안요원의 주의가 분산될 위험도 크다.

우선은 승객 스스로 배터리 화재 예방에 나서는 것이다. 보조배터리를 비닐 팩으로 포장하는 것만으로도 가방 안 다른 금속과 접촉하는 것을 막아 합선 위험을 크게 낮춘다. 또 비닐에 싼 배터리를 투명한 용기에 넣어 따로 반입한다면 다른 화물 압력으로 인한 화재를 막고, 보안 검사도 빨라질 것이다. 물론 관련 당국이 실효성 있는 규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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