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내란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낸 데 이어 두 번째다. 최 대행은 “특검 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했지만, 지키고자 하는 이익이 불분명한 거부권 행사야말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에서 보충성·예외성 측면에서 특검 도입의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수사가 진전돼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 핵심 인물 대부분이 구속·기소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옷로비 사건’이나 2007년 BBK 주가조작사건 등 여러 특검이 관련자 기소 이후에 수사 미진 등을 이유로 도입된 마당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수사권 문제를 이유로 지금껏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왔고,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기소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윤 대통령의 범행 동기를 비롯해 비상계엄과 내란행위 전모를 밝히는 데 확인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보다 분명한 보충성, 예외성이 어디 있는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제3자로 대법원장 추천을 도입했고, 수사대상도 크게 줄였다.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다는 특례조항도 대법원 권고에 따라 수사대상과 무관한 기밀의 경우 즉시 반환 폐기토록 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최 대행은 이번에도 여야 합의 부재를 들었지만 국민의힘이 특검무용론을 내세우며 정략적 자세를 취하는 이상 형식상의 여야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용적으로 거의 합의 수준에 도달한 만큼 최 대행이 기계적으로 적용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검경과 공수처의 불완전한 수사와 결과로는 민주주의 위기를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내란특검 도입에 대해 최 대행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는 여야 정쟁만 부추기고, 국론 분열과 국정 불안정만 야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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